신혼 집 마련 두고 갈등…"날 보러 오라" 춘천 옥탑방서 범행
2018년 10월 24일, 상견례를 사흘 앞둔 20대 남성 심 모 씨가 예비 신부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초 발견자는 가해자의 부모였다. 심 씨를 만나러 간 딸과 연락이 안 된다는 A 씨 부모의 전화를 받은 심 씨 부모가 아들의 옥탑방에 올라갔다가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심 씨는 범행 직후 옷을 갈아입고 현장을 벗어났다. 이후 심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저 지금 죽으러 간다. 소양강에 빠질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놀란 목사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하자 심 씨는 현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교회로 향했다.
목사와 만난 자리에서 심 씨는 반성이 아닌 본인의 망가진 인생을 한탄했다. 그는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인생이 꼬이게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급기야 목사에게 "저를 용서해 줄 수 있나. 내가 죽였지만 반지는 절대로 빼지 않을 거다"라며 이해할 수 없는 얘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 씨는 30분 만에 인근 교회에서 긴급 체포됐다.
"후광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교제 석 달, 대기업 입사 한 달 만에 참극
유족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당시 23세) 하루를 허투루 보낸 적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살았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으로 학원 한번 제대로 못 다녔지만 서울의 한 4년제 대학교에 입학했고, 4년간 용돈 한번 안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 등록금과 부모님 용돈까지 살뜰히 챙기는 딸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 법무부 복지공단에서 일턴 생활을 하던 중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에 입사한 지 한 달 된 신입사원이었다.
심 씨와 교제를 시작한 건 사건 3개월 전이었다. 두 사람은 2014년 서울의 한 스피치 학원에서 스치듯 만난 사이로 알려졌다. 당시 심 씨는 A 씨에게 같은 대학교 동문이라고 접근한 뒤 연락처를 받아 갔다. 그러고 4년이 지난 2018년 대뜸 연락을 해왔다. 심 씨는 "나는 사람한테 후광이라는 게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면서 호감을 표했다.
A 씨는 심 씨의 고백을 받아들여 사귀기로 했고, 주말마다 구리와 춘천을 오가며 만났다. 만난 지 한 달됐을 무렵부터 심 씨는 결혼을 밀어붙였다. A 씨는 부모에게 남자친구의 존재를 알리며 결혼 허락을 구했다. 성급하다고 판단한 A 씨 부모는 교제만을 허락했다. 심 씨는 직접 짠 미래 계획서를 보여주며 A 씨 부모를 설득해 결혼 승낙을 받아냈다.
그러나 심 씨는 A 씨가 취업한 이후 하루 종일 연락하며 집착하며 돌변했다. 신혼집 위치를 두고서도 갈등이 있었다. 심 씨는 A 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춘천에서 식당 일을 돕길 바랐다. 두 사람은 서울과 춘천을 쉽게 오갈 수 있는 퇴계원에 신혼집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갈등이 해결된 듯했으나 A 씨는 사건 당일 출근한 A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퇴근 후 자신을 보러 춘천에 와달라고 요구했다. 심 씨의 고집을 꺾지 못한 A 씨는 퇴근 후 춘천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심 씨 "혼수 문제로 언쟁"…유족 "신혼집 문제로 다툰 후 화해 핑계로 불러"
체포된 심 씨는 "왜 살해했느냐"라는 질문에 "혼수 문제로 여자친구와 언쟁을 벌이다가 순간적으로 격분해서 살해했다"라고 진술했다. 시신을 훼손한 데 대해서는 "숨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3~4일 전에 혼수 문제가 아니라 신혼집 문제로 다퉈서 이날 화해하기 위해 자기 있는 쪽으로 피해자를 불렀다"라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심 씨가 했던 말의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심 씨의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였고, 대학 국회 인턴 이력이나 아로니아 농장,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거짓이었다.
"사형 내려달라"고 하다 선고 직후 "죄송하고 부끄럽다" 말 바꿔…무기징역 확정
검찰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심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은 극히 충격적이고 잔인한 것이어서 피해자 유족들의 아픔을 몹시 더하고 있고 이 사건을 지켜보는 우리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법질서와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더해주고 있다"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유인했다고 의심할 만한 일부 사정이 드러났지만 별도로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거나 증거인멸, 도주 계획을 수립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의 계획적 살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심 씨 측은 사실오인 및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2심은 "15분간 목을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사체를 훼손한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미안함보다는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또 "살인 후 정황,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진술 및 태도를 보면 진심 어린 참회와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1심의 무기징역을 유지했다.
심 씨는 2심 최후진술에서 "괴롭고 죄책감에 힘들다. 사형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가 선고 직후 "죄송하다, 부끄럽다"라고 말을 바꿨다.
2019년 11월 대법원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심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그대로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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