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사실혼 관계의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62) 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B(51) 씨에 대해서는 감금 혐의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아내와 이혼하지 않고 별거 상태로 지내다 지난 2006년부터 C(46·여) 씨와 사실혼 관계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3월 25일 오후 2시쯤 C 씨가 외도를 하고 자신 몰래 7000만 원을 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고 분개해 약 2시간 동안 청소기 봉과 빨래건조대, 프라이팬으로 폭행했다. 다음 날에는 C 씨와 함께 C 씨의 상간남을 만나러 갔다가 만나지 못하자 화가 나 C 씨를 또다시 폭행했다.
같은 달 27일 A 씨는 C 씨가 도망갈 것을 우려하고 지인인 B 씨에게 C 씨가 있는 방에 쇠창살 설치를 부탁했고, 29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C 씨를 방에 감금했다. C 씨는 구토와 설사 증세를 보였지만 A 씨는 C 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았고 결국 4월 1일 C 씨는 숨졌다.
재판에서 A 씨는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다. A 씨는 "외출한 사이 C 씨가 자해를 할까 우려돼 쇠창살을 설치했다"며 "C 씨가 '약 바르면 된다'고 병원 가는 것을 거부했고 폭행 당한 이후에도 소소한 집안 일을 해내서 상태가 위중한 줄 몰랐다"고 변명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A 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평소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았고 일과 가정생활 전반에 있어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었던 점과 약을 구매하거나 죽을 준비한 점 등을 고려했다. 폭행 시점으로부터 숨지기까지 일주일간 C 씨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식사나 청소를 한 점 역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해 예비적 공소사실이었던 상해치사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으로 C 씨의 양쪽 12개 갈비뼈 중 왼쪽 10개, 오른쪽 11개가 부러진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잘못을 인정하며 5000만 원을 형사 공탁한 점을 고려했다"며 "B 씨에 대해서는 수동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점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 씨도 올해 1월부터 외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상대 여성은 C 씨도 알고 지내는 지인이었으며, 두 사람의 외도 사실을 C 씨는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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