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비철금속 분야 제련업을 하고 있지만 영풍과 고려아연은 기술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영풍이 돈 때문에 MBK를 끌어들인거고 싸움을 건거지 고려아연 때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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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국(56·사진)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26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현재 환경 문제와 중대재해 문제로 대표가 구속됐고, 생산성도 떨어지고 원활하게 돌아가는게 하나도 없다”며 “기술과 복지, 행정, 환경 문제 등 모든 면에서 두 회사가 비교가 안될정도라는 걸 직원들이 다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MBK와 손을 잡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의 주체라는 점에서 고려아연 노조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한 것이다.
1992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노조 사무국장만 3번을 역임하고 노조위원장에 올랐을 정도로 고려아연 노동조합에 애정이 깊은 문 위원장은 영풍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문 위원장은 “고려아연의 적대적 M&A의 주체로 영풍이 있고 싸움은 영풍이 걸었는데 남은 건 MBK밖에 없는 것 같다며, 대주주라는 건 인정하지만 고려아연을 얼마나 쉽게 봤으면 이렇게 MBK까지 끼워 싸움을 걸어 오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분노를 느낀다”고 직격했다.
이어 노동조합과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지켜야할 건 하나다. 우리 노동자와 일자리를 지켜줘야 한다”며 “과연 사모펀드가 들어오고 영풍이 어떤 회사인지 알고 있는데 이걸 수수방관 하는게 스스로 또한 조합원 누가 봐도 안 맞다”고 강조했다. 특히 울산에서 느끼는 심각성은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느끼는 강도하는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울산에 직접 가보면 울산시장과 시의회, 울주군, 공단, 군의회, 국회의원 모든 단체들이 왜 지금 고려아연을 응원하겠나. 똑바로 못했다면 그분들이 그렇게 안할거라고 본다”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대하는 지역 민심을 전했다.
그는 “이런 건 돈으로 살수 있는것도 아니고. 시민들은 그 진정성을 못 느끼면 주식사주기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겠냐”며 “3자 입장에서도 우리를 응원하고 기업 지켜주려고 하고 있는데 직원들은 더 절실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고려아연을 지키고 지역사회에 환원해서 같이 더불어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며 회사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MBK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상당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추구하는 목적이 단기이윤 창출인 만큼 투자 비용을 챙기려면 기술적인 부분을 넘기거나 매각을 할거고, 이 단계를 거쳐 다 빼먹고 나면 남는건 빈껍데기 밖에 없지 않겠냐”며 “그 이후에 고려아연이라는 회사와 우리 직원들은 비참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MBK가 인수한 회사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렇게 초일류 기업이자 성장하는 기업에 대해 적대적M&A를 하는 건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MBK는 늘 인수 당시 온갖 포장으로 의도를 숨기지만 이후 많은 노동자들이 밖으로 나와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며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경영진이 바뀌고 회사가 바뀌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나.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남은 건 매각을 통해 주주들 배를 불려 주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고용을 승계하겠다, 노조와 소통하겠다, 경영을 더 잘하고 더 좋은 상황을 만들겠다며 달콤한 얘기를 꺼내지만, 속으로는 빼 먹을게 많다는 생각뿐”이라며 “당신들이 안 와도 우리는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했던 많은 노동자나 가족들, 협력업체 직원들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 아무도 책임을 져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 상황이 오고 나서 회사와 싸우려면 얼마나 힘들겠나. 우리가 못 들어오게 막는 게 우리로서는 최우선”이라며 “한 달 반 만에 초일류 기업을 그리고 우리의 삶의 일터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는데,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문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을 호소했다.
정부가 경영권 분쟁에 직접 개입할 순 없겠지만 고려아연은 기간산업인 비철금속을 영위하고 있다며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중요한 반도체 황산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기서 우리가 멈추면 파장이 얼마나 크겠나. 아연 시장에서 우리 역할이 있는데 이게 외국으로 넘어가고 기술이 넘어가서 우리가 아연을 수입한다고 하면 산업 전반이 얼마나 어려워지겠냐”라고 역설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더 큰 관심을 두고 특히 국민과 노동자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손으로 뽑은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문 위원장은 “저는 이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다녔고 앞으로도 그렇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걸 지켜주고 싶고 회사가 잘못되는 걸 반드시 막고 싶다”며 “법적으로 노조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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