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전쟁 끝내겠다” 호언장담
푸틴과 담판·우크라에 양보 요구 관측
이스라엘 일방적 옹호, 중동에 ‘새 불씨’
“난 김정은과 잘 지내… 영리한 지도자”
北과 직접 소통땐 ‘통미봉남’ 재연 우려
“韓은 부유한 나라” 방위비 증액 압박도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이 땅을 지배할 것이다. 오직 ‘미국 우선주의’가 이 땅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고립 외교와 강경 일변도 대중국 정책 등은 한반도를 비롯한 글로벌 외교·안보 지형의 급변을 예고하고 있어 관련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을 끝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선언을 하면서도 “그들은 내가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되는 중동 전쟁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무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취임과 동시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강조해 왔다. 종전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전쟁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게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중동 전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해 왔다는 점에서 중동에 또 다른 불씨를 던질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카드를 꺼내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 후 복원한 동맹과의 협력 기조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월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고 발언해 유럽을 포함한 동맹국을 발칵 뒤집었다. 공화당은 지난 7월 ‘집권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당 정강정책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외교정책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공화당은 가장 핵심적인 미국의 이익에 중점을 둔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유럽에서 평화를 복구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 관계도 시험대에 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4월과 10월 언론 인터뷰와 행사 등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사실을 거론하며 한국을 ‘아주 부유한 나라(money machine)’이라고 언급하며 “우리가 왜 다른 누군가를 방어하느냐”,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달 2026년 이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할 경우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1기 집권 시절 거론됐던 주한미군 철수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집권 시절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두 번째 임기 우선순위로 삼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북·미 정상외교 재추진 전망은 트럼프 1기에 참여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에 의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더욱이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명이 넘는 군인을 파병한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나선다면 북한 측과의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지냈다”, “핵을 가진 북한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하며 김 위원장을 터프하고 영리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북·미 정상외교가 추진될 경우 북한이 미국과 소통하며 직접 거래하고 남측과의 대화는 봉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통해 한국을 소외시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용인한 채 핵군축 협상을 시작하는 상황은 한국으로선 재앙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윤석열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강화해 온 ‘확장억제’ 전략 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SMA 개정 가능성에 대해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됐든지 충분히 협의한 결과이며 기준점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트럼프 후보가 김정은이라는 지도자, 북한에 대해서 얘기한 견해와 실제로 선거 결과 이후에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으로 대북 정책의 방정식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외교안보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막 끝났고, 또 북한이 러시아 파병으로 우리 안보에 위협을 증강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는 안보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도록 워싱턴 신(新)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 태세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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