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트럼프 2기’를 맞아서도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국제협약에서 탈퇴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화석연료와 석유 산업을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온 트럼프 당선인인의 귀환으로 화석연료 시추·채굴이 다시 증가하고 원자력발전 투자도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YT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취임 즉시 시행할 수 있는 기후·에너지 관련 행정명령과 대통령 포고문이 준비됐다며 그중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보도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가능하면 1.5도 아래로 억제하도록 노력하자는 국제 협약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임기 때인 2017년 6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고 2019년 11월 유엔에 이를 공식 통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한 뒤 첫 조치 중 하나로 파리협정 재가입을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팀의 기후·에너지 정책은 트럼프 1기 때 내무부 장관을 지낸 데이비드 번하트와 환경보호청장이었던 앤드루 휠러가 맡고 있다. 둘은 각각 석유와 석탄 산업 로비스트 출신이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꼽혀온 화석연료 퇴출도 미국에서는 정반대의 정책 기조를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 석유·석탄·가스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에너지 차르’ 직책을 백악관에 만들 계획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차르 자리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맡을 가능성이 있다. 버검 주지사는 선거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인과 선거자금을 대는 석유 재벌 간 연락책 역할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을 건설하는 허가도 재개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LNG 수출이 기후변화와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 1월 시설 건설 허가를 보류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한 환경 관련 정책을 폐지할 예정인 트럼프 당선인은 유타주 남부에서 채굴 등 개발사업이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새로운 에너지 정책으로 원전 업계까지 더 활기를 띄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원자력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 간소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투자 등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미국 내 원전 산업 확대 기대감으로 국내 원전 업계까지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비에이치아이(10.52%), 두산에너빌리티(4.90%), 한전기술(4.26%) 등 원전 관련주가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미국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한미 정부가 SMR 정책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양국 정부는 ‘팀 코러스(KORUS·Korea+US)’로 힘을 합치는 ‘한·미 원자력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간 약정(MOU)’도 체결했다.
화석연료 시추·채굴 사업 증가 분위기에 국내 조선업계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탐사·개발·생산 시 해저면을 파는 드릴쉽, 부유식 생산설비 등 해양설비가 필수적이다. 탐사부터 시추, 생산까지의 과정을 일컫는 ‘업스트림’ 활성화가 예상되는데 삼성중공업이나 한화오션은 부유식 생산설비인 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FLNG) 기술을 보유했다. 업스트림 이후 단계인 화석연료나 석유 제품 운반 과정에서도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사업부별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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