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개 법인이더라도 한 사무실을 공유하고 경영상 밀접하게 연관됐다면 하나의 사업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인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두 회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고 근로자 수를 따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여행사업을 하던 A사는 2018년 한 다국적 기업에 인수돼 모회사의 계열사가 됐다. 이후 A사는 모회사의 B사 한국영업소와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게 됐는데, 사업 폐지를 이유로 2020년 회계담당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당시 A사의 상시근로자 수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명 미만이었다.
이에 직원은 지방노동위원회에 “A사 상시근로자 수에 B사 한국영업소 근로자 수가 포함돼야 하므로 근로기준법 23조 1항이 적용되고 이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지노위는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중노위는 A·B 사가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다며 A사는 상시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인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A사가 불복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모두 두 회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판단하며 이 사건 해고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두 회사가 같은 사무실에서 공간 분리 없이 근무하고 동일한 호텔 판매 업무를 수행한 점, B사의 조직도에 A사의 근로자가 기재된 점, A사 근로자가 B사로 전환 근무를 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2심 재판부도 “참가인(해고 직원)이 수행하는 회계업무는 B사의 조직 내의 회계·재경 업무와도 밀접하게 결합돼 있고, 이를 통해 B사의 사업목적 및 영업성과의 달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A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두 회사는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며 “두 회사의 사용 근로자 수를 합산하면 5명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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