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용소방대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산행 도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진 등산객을 발 빠른 대처로 구한 의용소방대원 이정란(53·여)씨는 1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심폐소생술 전문 교육을 받은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완주의용소방대 봉동여성의용소방대에서 부대장으로 활동 중인 이씨가 위기에 빠진 등산객과 맞닥뜨린 것은 휴일인 10일 오전 9시17분쯤.
단풍철을 맞아 남편과 함께 전북 완주 대둔산(해발 878m)을 찾은 그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780m 지점을 지나던 중 등산객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병원에서 근무하는 분 있나요?”라는 외침을 들었다.
응급 상황임을 직감한 이씨는 다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가파른 철제 계단에 쓰러진 한 남성(58)을 확인했다. 비정상적인 호흡 상태를 감안할 때 당장 응급조치가 필요한 심정지 호흡(Agonal respiration)임을 인지한 그는 곧장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다.
이씨는 케이블카 관계자와 번갈아 가며 이를 15분가량 반복한 뒤 등산객들이 인근 케이블카 상부 탑승장에서 가져온 자동심장충격기(AED)를 2∼3분 간격으로 잇달아 작동시켰다. 그러자 환자의 심장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뒤이어 의식까지 회복했다. 등산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풍남 천안에 사는 이 등산객은 가족과 함께 산행에 나서 가파른 철제 계단을 오르던 중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 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질환인 협심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쓰러진 곳은 119구급대원들이 케이블카를 이용하더라도 상부에서 100m가량 더 올라가야 접근이 가능한 곳이어서 초기에 신속한 응급처치 없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생명을 위험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환자는 이후 도착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안정을 되찾았고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2019년 4월 의용소방대원으로 임용된 이후 열심히 활동해 소방의날 유공 표창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올해 8월 심폐소생술 전문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읍내 경로당 등 찾아 이를 교육하고 있다.
전북도소방본부은 이 대원에게 하트세이버를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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