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앞두고 ‘마지막 기회’라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민들의 불신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했다는 이유 등에서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임기 절반의 사과인데 제대로 하시라고 엄청나게 강조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렇게 안 하더라”며 “김건희 여사 문제는 국민과 국회 판단에 맡겨두고, 민생처럼 대통령이 진짜 할 일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전날인 지난 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일 회견이 진짜 마지막 기회 같다”며 “(주변에) 대통령이 회견에서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물어보니 전부 다 안 바뀔 것 같다(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다만, “저는 약간의 기대가 있다”며 “대통령께서 이제까지 보여줬던 모습을 완전히 버리시고 국민들 납득시키지 못하면 ‘나는 죽는다’ 이런 각오를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140분간 진행됐다. 담화문 발표 15분에 기자회견 125분으로 이뤄졌고,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개를 숙여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여러 차례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국정 운영에 대해 직접 고개를 숙인 적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체이탈 화법’의 결정판이라며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강하게 비판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계파간 평가는 엇갈렸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윤 대통령이 진솔하고 소탈하게 국민을 마주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친한(친한동훈)계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논란 회피용 회견이었다고 혹평했다.
유 전 의원은 12일 라디오에서 “무엇을 사과하는지를 포함해서 구체적으로 사과문을 읽고, 차라리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2시간 넘게 주절주절 떠들면서 별 이야기를 다 하셨는데,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대한민국이 김건희 여사라는 블랙홀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앞으로 2년 반 동안 이렇게 간다면 국가와 국민에 굉장히 비참하고 슬픈 얘기”라며, “‘경제, 안보, 민생 돌보기 위해 이렇게 하겠다’는 게 나왔다면 국민께서도 ‘한 번 믿어보자’고 했겠지만 찝찝하게 끝난 회견이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APEC 정상회의 등 윤 대통령 순방 일정에 김 여사 불참하는 것을 두고는 “국민감정을 생각해서 안 나가신 건 잘한 것 같다”면서도, 유 전 의원은 “일시적인 해외 순방 중단이나 핸드폰 교체를 쇄신책이라 하는 게 얼마나 웃긴 얘기인가”라며 “그 정도로 국민감정이 사그라들겠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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