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안 갈래?" 10대 형제 납치 시도한 40대 남성 '무죄', 왜?

法 "용납 어려운 행동이지만 보호자로부터 완전 이탈은 아냐"

분식집에서 처음 본 10대 형제에게 보육원에 가자며 납치를 시도한 4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김은혜 판사는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4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인 A씨는 지난해 3월 18일 인천 서구의 한 분식집 앞에서 처음 본 10대 형제 B군(14)과 C군(12)을 보육원으로 데려가겠다며 납치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A씨는 형제에게 “이름은 뭐냐”, “어디서 왔냐”고 질문을 이어갔으며 “보육원에 가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B군이 이를 거부하며 “그만하시라“고 했으나, A씨는 “어디 어른이 말하는데 싹수없이 XX하느냐”고 욕설을 하며 C군의 옆구리를 손으로 밀치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행인들이 나서서 A씨를 말리는 가운데, B군 형제의 아버지가 현장에 도착해 A씨와 몸싸움을 벌였다.

길바닥에 넘어진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지만 “저 사람이 아이들 보호자가 맞는지 확인해 봤느냐”며 “나는 폭행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112에 신고하려고 했는데 부모인지 누가 와서 나를 제압해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들이 미성년자여서 아무래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술김에 했다”며 “나를 제압한 부모의 행동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무섭게 다가간 어른으로서 반성한다”고 했다.

다만 B군은 자필 진술서에 “동생을 데리고 빠져나오려고 했는데 A씨가 내 팔을 강하게 잡고 위협적인 말투로 욕을 했다”며 “내 팔도 쳤다”고 적었다. 

검찰은 A씨가 B군과 C군의 팔을 잡고 다른 장소로 데려가려 했다고 보고 미성년자 약취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미성년자 약취는 미성년자를 폭행이나 협박 또는 불법적인 수단으로 보호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납치 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부적절했지만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는 등 행위가 용납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행동”이라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자유를 침해했으나, 이 행위가 3분가량 지속돼 이들을 보호자나 생활 반경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