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막해 초반 뜨겁게 타올랐던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다소 수그러든 모양새다. 지난 11일 KIA에서 FA로 풀린 불펜투수 장현식이 4년 52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의 조건에 LG로 둥지를 옮긴 게 마지막 계약이다. 장현식의 계약은 최근 보기 힘들었던 옵션 없이 52억원을 모두 보장받는 것으로 시장의 큰 주목을 끌었다.
이제 FA 시장에 남은 최대어급 선수는 유일한 선발자원인 최원태(27)다. 2015년 넥센(現 키움)의 1차 지명을 받고 KBO리그에 데뷔한 최원태는 역대 최연소 투수 FA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이번 FA 시장엔 선발 요원이 딱 2명이었다. 2015 신인 드래프트 동기인 엄상백과 최원태. 엄상백은 지난 8일 4년 최대 78억원의 좋은 조건에 한화와 계약을 맺으며 이번 겨울을 따듯하게 맞이하게 됐다.
올 시즌 성적은 13승18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한 엄상백이 9승7패 4.26의 최원태보다 다소 나았다. 그러나 최원태가 데뷔 2년차인 2017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해온 반면 엄상백은 2022시즌에야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할 정도로 선발투수로서의 커리어는 최원태가 훨씬 우세하다. 통산 성적도 최원태가 78승58패 평균자책점 4.36, 엄상백은 45승44패 3세이브 28홀 4.82로, 최원태가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원태의 눈높이는 최소 엄상백급의 계약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현재 돌아가는 시장 분위기는 그 정도의 거액 계약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이 싸늘해진 요인을 짚어보자면, 최원태가 가을야구만 되면 유독 약해졌던 게 이유가 될 수 있다. 최원태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 각각 1경기씩 선발등판했지만, 도합 5.2이닝 8실점(7자책)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도 17경기(6선발) 0승2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에 그쳤다.
여기에 엄상백이 B등급인 반면 최원태가 A등급이었던 것도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외부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A등급의 경우 직전 연도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선수 1명을 내주거나 전년도 연봉의 300%를 내줘야 한다. 반면 B등급은 직전 연도 연봉의 100%와 보호 선수 25명 외 선수 1명 혹은 전년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시장이 뜨뜻미지근한 것은 LG를 제외한 나머지팀들이 최원태에게 최소 엄상백급의 계약을 안기면서 팀의 21번째 선수를 내줄 각오를 하기엔 애매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FA 시장도 엄연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르는데, FA 몸값 폭등의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는 원소속 구단이 FA 선수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다. 그래야만 타 구단이 원소속 구단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상황이 생겨 몸값이 오르게 된다. 그런데 LG는 ‘집토끼’인 최원태와는 협상 테이블을 한 번도 차리기도 전에 외부 FA인 장현식을 52억원을 모두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영입했다. 현재 최원태와의 협상을 철회하진 않았지만, 최원태가 원하는 조건까지 제의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이러니 타 구단들도 시장을 관망하면서 최원태를 향한 관심은 식은 것처럼 보이게 됐다.
최원태는 선발진 보강을 원하는 팀 입장에선 매력적인 카드다.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당분간 에이징 커브가 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언제든 10승 이상을 올릴 수 있는 기량도 보유하고 있다. 과연 최원태의 생애 첫 FA는 어떤 엔딩으로 끝맺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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