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본·고보증’ 구조 경제 뇌관 꼽혀
토지주 현물 출자 땐 법인·양도세 이연
자기자본비율 확충으로 안정성 확보
낮은 사업장은 금융 대출 받기 어려워
AI, 국가전략기술 지정… 경쟁력 강화
정부가 부동산 및 건설·금융시장 부실의 뇌관으로 꼽혀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비율이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현재 5% 아래인 자기자본비율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부동산 PF란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지난해 말 기준 230조원 규모다.
국내 PF 사업은 단기수익 추구 경향과 디벨로퍼(개발사업자)의 영세성 등으로 3∼5% 수준의 자기자본만 갖고 뛰어드는 경우가 대다수다. 낮은 자기자본 탓에 총사업비의 20∼40%를 차지하는 토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연 10%대의 고금리 대출(브리지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달리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선 디벨로퍼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 투자자를 유치해 자기자본 30∼40%를 갖고 토지를 매입한다. 이후 건설 단계에서 PF대출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저(低)자본’ PF 사업구조는 건설사·신탁사의 보증(책임준공 확약)에 의존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금융사들은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기보다는 건설사·신탁사의 보증을 믿고 대출을 해주면서 ‘저자본·고(高)보증’ 구조가 고착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저자본, 고보증 구조는 부동산 경기 위축, 사업여건 악화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며 “시행사에서 건설사, 금융사로 리스크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우선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PF사업(리츠)에 현물 출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는 기업·개인이 보유 토지를 출자하는 시점에 법인세·양도소득세를 내야 해 현물출자 유인이 떨어지는데, 앞으로는 실제 수익이 나는 시점으로 과세·납부를 이연한다는 계획이다.
토지비 비중이 총사업비의 20∼40%를 차지하는 만큼 현물출자가 활성화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20∼40% 수준으로 올라가고, 브리지 대출도 받지 않아도 돼 사업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장에는 용적률·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반면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PF 사업장은 대출부터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가 PF대출 때 쌓아야 하는 자본금과 충당금 비율을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차등화하기로 했다. PF대출 때 이뤄지는 사업성 평가도 강화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인공지능(AI)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등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중심으로 우리 산업의 근본적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를 통해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도전을 기회로 바꾸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결혼서비스 발전 지원방안’도 발표됐다. 예비부부들이 결혼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사진 추가·수정 비용과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주요 결혼식장 및 결혼준비대행업체를 중심으로 세부가격의 자율 공개를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