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와 골프 안 쳐” “국토부 협박”은 허위
정치 생명 치명상, 확정 땐 대선 출마 못 해
李 반성 없이 “민심과 역사 법정은 영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어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선거 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4개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 가운데 첫 번째 결론이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징역형이 나온 것이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치명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국에도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재판부가 예상보다 중형을 선고한 것은 선거제도 기능과 대의민주주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 대장동 실무자인 김문기 씨를 몰랐고 해외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안 하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김문기를 몰랐다”는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은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 범행은 모두 이 대표를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인 상황에서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는 명목을 빌어 이뤄졌고, 방송을 매체로 이용하여 그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며 “범행 내용도 모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어 범행의 죄책과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공표 처벌을 강화하는 법원의 추세에 따른 상식적인 판결이다. 재판부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판단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기본적인 사실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반발했다. 반성하는 기색은 없었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 “국민 여러분도 상식과 정의에 입각해서 판단해보시면 충분히 결론에 이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은 법치를 부정하고 장외에서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로 우려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시작에 불과하다.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재판 중이고, ‘불법 대북송금’ 의혹 재판은 준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거대 야당의 사법부 압박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제 법원 앞에서 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인 건 재판부에 대한 물리적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당내 친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버스·비행기 등 이동 비용까지 지원하겠다”며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판사 탄핵 주장까지 나온다. 이뿐 아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 법사위 예산심사에서 검찰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586억원을 잘라냈지만, 대법원 예산은 정부 원안보다 246억원이나 늘려줬다.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속 보이는 짓 아닌가.
정치권이 법원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뒤흔드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뿌리를 파괴하는 행태다.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항소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 순리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여야 한다. 도를 넘는 사법 방해가 더는 벌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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