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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넣는 인공눈물에 미세플라스틱…‘첫방울’이 더 위험?

입력 : 2024-11-16 10:28:09 수정 : 2024-11-16 12: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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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의대 연구팀, 인공눈물 속 미세플라스틱 검출
혈관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시 뇌졸중 위험 4.5배↑
처음 한두 방울 버리고 사용하면 검출률 낮아져
눈에 인공눈물을 넣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인공눈물을 첫 방울부터 눈에 넣을 경우 연간 수백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안구를 통해 인체로 흡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고대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 연구팀은 국내 시판 중인 히알루론산 성분의 인공눈물 5개 제품(다회용 2개, 일회용 3개)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부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5개 인공눈물 제품을 개봉한 후 처음 나오는 한 방울의 액체와 나머지 남은 액체의 미세플라스틱 수준을 측정했다.

 

첫 방울에 나타난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는 30mL당 평균 0.5개(오차 범위 ±0.65)였다. 첫 방울을 뺀 나머지 용액 속 미세플라스틱은 평균 0.75개(±0.72)로 나타났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방울까지 버리면 남은 인공눈물 용액 속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30mL당 0.14개(±0.35)다.

 

연구팀은 인공눈물 첫 방울에 미세플라스틱 함량이 많아 이를 1년 동안 점안할 경우 대략 73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인공눈물 두 방울을 버리고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연간 204.4개로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인공눈물을 통해 눈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안구 조직에 남아있을 뿐 아니라 결막 혈관이나 비강, 눈물샘 등의 경로로 전신에 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특히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된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기, 호흡기, 생식기관과 뇌를 관통해 1시간 이내에 몸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미경으로 본 국내 시판 5종 인공눈물 용액 안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다양한 성질과 형태. 고려대 의과대학·한국분석과학연구소(KIAST) 연구진 제공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이 제조해 쓴 플라스틱이 마찰과 빛 등 환경적 요인으로 분해돼 만들어진 아주 작은 입자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아직 미세플라스틱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기준은 없지만, 통상 5㎜ 이하의 마이크로플라스틱에서부터 1㎛(100만분의 1m) 이하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을 모두 아우른다.

 

미세플라스틱은 미세먼지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데다 물과 수돗물, 탄산음료, 야채, 과일 등의 먹거리는 물론 치약, 로션, 샴푸 등에서도 검출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의 호흡기계, 소화기계 또는 손상된 피부를 통해 몸속으로 침투하면 다양한 조직에 축적돼 장기적으로 비만, 염증,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유전자 변형, 생식독성, 발암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혈관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졸중, 심장병, 조기사망 등의 위험이 4.5배 높다는 국외 연구 결과도 있다.

 

3D 렌더링으로 관찰한 미세먼지 입자.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서는 인공눈물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별도의 안전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 마련한 ‘일회용 점안제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용기를 딸 때 생기는 파편 제거를 위해 처음 한두 방울은 버리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도 이 기준대로 하면 된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연구진은 “현재 식약처는 인공눈물을 개봉한 뒤 첫 한두 방울을 버리고 사용하라고 권장하는데, 이번 연구 결과 두 방울 이상 버리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안구건조증 환자 수는 2002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 2017년 743만4447명에서 2021년 792만9058명으로 6.7% 늘었다. 병원에서 처방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약국에서 인공눈물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인공눈물 제품 사용 인구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인공눈물 소비량은 2023년 기준 OECD 평균의 1.4배에 달했다.

 

연구를 주도한 김동현 교수는 “치료 기간을 넘겨 인공눈물을 장기간 오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노출로 인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인공눈물 속 미세플라스틱 위험성을 알리고, 오남용하지 않도록 올바른 사용 지침을 안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인공눈물 속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규제하는 한편, 제조사들이 미세플라스틱 최소화를 위해 용기 성분과 제조 공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학술지(Contact lens & anterior eye) 최신호에 발표됐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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