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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준위특별법 제정 ‘하세월’… 스위스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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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20 23:51:33 수정 : 2024-11-20 23: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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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는 최근 원자력과 관련하여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을 내렸다. 첫 번째는 취리히 인근의 북부 레게렌 지역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였는데 이 지역은 스위스의 최대도시이자 경제수도로 불리는 취리히 시내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30여㎞ 떨어져 있다. 스위스가 이 지역을 선택한 것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최적의 입지가 이곳이라는 기술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이다.

두 번째는 2017년 국민투표를 통하여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려던 스위스가 이러한 결정을 취소하고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하도록 원자력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을 포용할 필요가 있으며 그런 점에서 신규 원전 금지는 탄소중립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스위스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관련 사안에 대한 개방적 논의와 그 과정에서 해당 분야 전문가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스위스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시설인 츠윌라그 주변의 지역주민들과 대화해 보니 최근의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무탄소 전원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관련 시설과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매우 높다는 것을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외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정책 추진의 사례를 분석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의회를 통한 국민합의 과정을 거치는 사례로 프랑스는 고준위폐기물 처분의 타당성 확인과 국민합의를 위하여 1991년 고준위폐기물법을 제정하였는데, 15년간의 심층처분, 지상저장, 소멸처리에 관한 연구 수행결과를 2006년 의회에 제출하여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둘째, 단기간에 전문가 집단뿐 아니라 다수 국민의 의견수렴을 거쳐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저장한 후 심층 처분하는 근거를 확보한 사례로, 캐나다는 2002년 사용후핵연료법을 제정하고 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을 위해 전담기구를 설립했다. 이어 3년간의 준비를 거쳐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건전하며,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인 사용후핵연료의 장기 관리방안을 제시하였다.

셋째, 사용후핵연료의 심층처분을 국가정책으로 확정한 후 법적 근거를 가지고 처분장의 부지를 확보하여 추진하는 사례로 스웨덴, 핀란드는 부지의 타당성 확인 과정에서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실질적인 대화를 통하여 지역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최종 부지를 확보하였다.

사회 갈등의 요인이 있는 사안에 대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은 단순히 정책의 효율성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일관된 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증진하고, 이를 통해 사회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반면,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은 국민의 혼란과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책 추진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정책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뿐 아니라 국가정책의 채택과 추진과정에 대한 신뢰이며 이러한 정책 성공의 시작점은 고준위특별법 제정에 의한 법제화가 너무 늦지 않게 추진되는 것이다.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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