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위 의장 “일부 문안 합의했는데, 소수 쟁점이 완전한 합의 막아”
산유국 입장 고수에 ‘플라스틱 생산 규제’ 등 쟁점 합의 안 돼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협상이 결국 타결되지 못했다. 일부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인데, 추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협상 시한인 1일 오후 9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협상위를 이끄는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일부 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소수의 쟁점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비디에소 의장은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추후 5차 협상위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또 “부산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며 “우리의 일이 완료되기까지 한참 남았기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 계속 협력하면서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 정부 수석대표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체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든다는 목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5차 협상위에서) 합의를 위한 강력한 기반을 구축했으며 이는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재작년 3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5차례 협상위를 열어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5차 협상위 첫날 발비디에소 의장이 협상위에 앞서 제시한 3차 제안문을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되면서 최소 ‘선언적 협약’이라도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으나 결국 무산됐다.
‘플라스틱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 생산 규제’와 ‘유해 플라스틱·화학물질 퇴출’,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이 쟁점이었고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예상보다 전향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극구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협약에 생산 규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을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규정하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모든 국가가 수용할 수 있는 조항에 집중하자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수 산유국 탓에 협상에 진전이 없자 일각에서는 투표로 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협약 체결 후 첫 당사국 총회 때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줄일 전 세계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자’라는 문구를 넣자는 제안을 지지한 국가가 100여곳에 달했다.
플라스틱은 매년 4억6000만t 이상 생산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일회용이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플라스틱을 모두 합치면 90억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금껏 생산된 플라스틱의 99%는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그쳐 나머지 91%는 ‘잘 관리되면’ 매립·소각되고 ‘잘못 관리되면’ 자연으로 유출된다.
플라스틱이 현대문명을 지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기에 플라스틱 협약은 체결 시 유엔기후변화협약처럼 전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협약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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