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미국에 의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미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초기 조사에서 러시아의 방공망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해당 정보가 사실로 드러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진 무모함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67명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추락한 여객기는 브라질의 엠브라에르에서 제작한 쌍발 제트기(ERJ-190AR)다.
사고 당시에만 해도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한 것이 사고 원인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 방공망에 의한 피해설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와 유로뉴스 등은 복수의 아제르바이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해당 여객기가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드론을 격추하던 지역으로 비행경로를 변경했고, 비행기 꼬리 부분의 구멍들이 미사일공격 혹은 방공시스템 작동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항공 전문가의 의견 등으로 미뤄 러시아군의 오인 격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의혹이 커짐에 따라 기체 제작국인 브라질의 공군이 경위 조사에 참여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현지에 요원을 파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브라질 공군은 “3명의 조사관을 카자흐스탄에 보냈다”며 “카자흐스탄 당국이 국제 규정에 따라 수행하는 추락 원인 조사 과정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사고 예방·조사센터(CENIPA·세니파)를 두고 있는 브라질 공군은 기체 제조사 소재지 관할 당국 자격으로 조사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 브라질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탑승자 62명 전원 사망) 때에도 세니파는 기체와 엔진 제조사 소재지인 프랑스와 캐나다 당국과 사고 원인 조사를 함께 진행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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