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 경기침체가 확산하고 있고, 유일하게 자산시장이 뜨거운 미국조차도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봄 36개국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은 선진국일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프랑스(81%)였고, 영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79%로 뒤를 이었다. 또한, 캐나다(78%)와 일본(77%), 미국(74%) 등 대부분의 G7(주요 7개국) 회원국 응답자들도 미래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응답자의 66%가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할 것이라고 답했다. 네덜란드(69%)나 남아프리카공화국(66%)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우세했다. 인도의 경우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부자가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75%나 됐다. 방글라데시(73%)와 인도네시아(71%), 필리핀(70%)도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예상이 우세했다.
조사 대상 국가에서 빈부격차에 대한 위기감도 뚜렷하게 감지됐다. 빈부격차가 해당 국가에서 ‘매우 큰 문제’나 ‘다소 큰 문제’라고 답한 36개국 성인의 비율은 84%에 달했다. 특히, 독일(92%)과 터키(92%), 그리스(91%) 등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아르헨티나(91%) 등은 90% 넘는 응답자가 빈부격차를 주요한 사회 문제로 규정했다. 한국도 82%로 호주(82%), 미국(83%), 일본(80%) 등과 함께 80%를 넘어섰다. 한국 응답자 중 47%는 빈부격차가 ‘매우 큰 문제’라고 답했고, 35%는 ‘다소 큰 문제’라고 답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이념적 성향에 따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좌파라고 규정한 응답자의 경우 66%가 빈부격차가 매우 큰 문제점이라고 답했지만, 스스로 우파라고 규정한 응답자 중에서 같은 대답은 31%에 그쳤다. 한국의 좌파와 우파 응답자의 차이는 35포인트로 36개국 중에서 미국(46포인트)과 호주(40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는 것이 조사기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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