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짓 하지 마라. (권한대행) 임무는 큰일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불확실성의 시대, 한국경제 위기 진단과 대안’을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전 교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새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벌여 놓은 일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기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확률로 차기 대선이 예정된 만큼 6개월 이내 정책 시계를 두고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해서는 안 될 정책’으로 △주택경기 부양을 위한 과감한 금융지원 △금융시장의 선도적 발전을 위한 과감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대신 개인채무자·중소 자영업자와 일부 ‘저신용도’ 금융기관의 부도를 선제적으로 막고, 부동산 가격 폭락 및 외환시장발 금융위기 가능성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 교수의 고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벌여 놓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보기 힘든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 경제는 ‘위기관리’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사태의 부작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80원을 돌파하고, 코스피가 2500선을 밑도는 등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만 아니라 중기적으로는 내수 부진의 장기화, 고용시장 위축도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인구 문제다. 최근 출생아 수는 9월(10.1%)과 10월(13.4%)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연간 출생아 수도 9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불씨가 살아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인구위기 대응 ‘컨트롤타워’로 거론되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방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인구부 신설이 지연되면 저출생 대응을 위한 시행계획 수립, 중장기적 예산 편성 등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2%’안을 제안한 뒤 여야가 작년 말 연금특위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동력을 잃었다.
혼란의 근본 원인이 위헌적 비상계엄에 있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불응과 관련, “정부기관 간 물리적 충돌 등 불상사가 절대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 “특검법 만들어 갈등을 해결해 달라”는 등 중재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윤 대통령을 포함해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에 기초해 헌법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모습을 보일 때 정치적 갈등은 진정되고, 경제 불확실성은 낮아질 것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사법부를 흔드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 불확실성은 없는 자들에게 특히 가혹하다. 최 권한대행은 경기 침체가 미칠 파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직 국민만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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