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 부족으로 결제가 되지 않은 화장품을 들고 도망가다 붙잡힌 여성 손님이 되레 욕설하고 난동을 부렸다는 사연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4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벌어졌다.
사연을 제보한 피해자 A씨는 한 대형마트 안에 입점한 화장품 가게를 지난 2022년 11월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사건 당일 오후 2시 40분께 30~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손님 B씨가 가게를 찾았다. B씨는 가게에 들어오기 전부터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주변을 배회하고 있어 눈에 띄었다고 한다.
B씨는 A씨의 가게에 들어와 클렌징폼과 핸드크림 등 약 2만원가량의 상품을 골랐다. 그는 A씨에게 카드를 주며 "결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결제 승인이 떨어졌다.
이후 B씨는 10분가량 매장을 둘러보더니 고체 향수 등 7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종류별로 쇼핑백에 담았다. 추가로 결제하려고 하자 잔액 부족으로 결제가 거절됐다.
A씨는 "카드 결제가 안 되니까 B씨가 '나머지는 현금으로 계산하겠다'고 하더니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고 갑자기 '안녕히 계세요' 하고 도망가더라. 제가 뛰어가서 잡으니까 너무 해맑게 웃었다. 까르르 까르르하면서 배꼽 빠질 듯이 혼자 막 웃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A씨는 결제되지 않은 화장품이 든 쇼핑백을 B씨에게서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B씨는 웃는 와중에도 이를 뺏기지 않으려고 힘으로 버텼고, A씨도 지지 않고 버텼다.
결국 A씨는 B씨를 다시 가게로 데려왔는데, 그 순간 B씨의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B씨는 비아냥거리며 전체 환불을 요구했다. A씨가 "영수증을 주셔야 환불이 된다"고 안내하자, B씨는 "영수증 받은 적 없다"며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이에 A씨가 "이거 절도다. CCTV가 있으니까 신고할 수 있다"고 하자, B씨는 "무슨 수로 신고할 거냐. 네가 결제 못 한 건데"라고 우기는가 하면 조용하게 "XXX"라고 욕설을 내뱉기까지 했다.
그러다 B씨는 갑자기 "내 물건 내놔"라며 소리를 지르더니 쇼핑백을 빼앗아 A씨에게 던져버리고는 가게를 떠났다.
A씨는 "사람이 몰리니까 가신 것 같다"며 "솔직히 B씨가 무서워서 더 이상 쫓아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카드를 추적한 결과 카드 주인은 B씨가 아닌 그의 아버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30대 후반으로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람들한테 말 거는 것도, 얼굴을 가린 손님들도 무서워졌다. 신고한 지가 벌써 보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불안에 떨며 영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당일 계산대 쪽 화장품이 몇 개 쓰러졌는데, 이를 지켜보던 남학생이 조용히 다가와 화장품을 주워주며 '괜찮으시냐'고 물었다"며 "친남동생도 딱 그 학생만 한 나이인데 그 말을 듣고 눈물이 쏟아져서 제대로 대답도 못 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성의 담긴 선물이라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A씨는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내 딸이고, 내 엄마라는 생각으로 대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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