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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필립 바구스·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북모먼트/ 2만2000원

 

유럽 중앙은행에 따르면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M2(현금, 2년 이하 저축성예금 등) 통화량이 두 배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럼, 같은 기간 유럽 직장인들의 통장 잔고가 모두 두 배로 늘어났을까? 혹은 임금이 두 배로 늘어났을까? 답은 명확하게도 ‘아니요’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통장 잔고는 그만큼 늘어났을 터. 그가 부자였다면 더 부자가 됐을 것이고, 같은 현금 잔고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왜 더 가난해지느냐’는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손쉽게는 상위 1%의 부자를 욕할 수도 있고, 자본주의의 한계에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다.

필립 바구스·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지음/ 배진아 옮김/ 북모먼트/ 2만2000원

그러나 오스트리아 국민경제학파이자 독일의 ‘금융멘토’로 잘 알려진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는 다른 데서 원인을 찾는다. 1%의 탐욕을 탓해 봤자 인간은 늘 특정한 ‘동기’에 의해 행동하기에 더 많은 돈, 더 높은 복지를 향한 노력은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지목하는 불평등 심화 원인은 화폐시스템이다. 현재 화폐시스템은 중앙은행이 독점적 발권력을 가지고 정부의 금융정책에 따라 통화량을 결정해 돈을 공급한다.

이런 화폐시스템 아래에서는 통화량과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각국 정부는 복지국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세금 인상 대신 부채를 지는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당장 세금을 올리는 것 같은 부담을 느끼지는 않기에, 국가 채무 증가에 따른 구매력 상실은 조용하게 은폐된다.

물가가 상승하면 사람들은 현금을 저축하기보다 빚을 내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획득하고,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부채를 상환하는 것을 현명하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사람들의 악성 부채는 더 많이 쌓이게 되고, 전 세계적인 위기가 닥친다.

1970년대 이후 금융위기는 늘 이렇게 똑같은 모습으로 반복됐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 ‘양적완화’를 시도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돈은 과도한 부채를 진 사람을 구제해 준다. 그리고 다음 금융위기를 향한 ‘새로운 순환’의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만약 시민들의 물물교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만든 교환수단이 중앙은행이 언제든 찍어낼 수 있는 화폐가 아니라 금이었으면 어땠을까.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때 사람들은 오히려 금을 많이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금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면, 반대로 상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을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 물가안정, 부채 증가가 사실상 국가가 독점적으로 화폐를 공급하는 시스템에서부터 기인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화폐 독점권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체제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돈의 탄생부터 하나씩 쉽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독과점은 낭비와 비효율성,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화폐라고 해서 그 폐해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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