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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와 페르시아/ 에이드리언 골즈워디 /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 4만3000원

 

로마 제국은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로 막강한 대국이었다. 방대한 영토뿐 아니라 정치, 문화, 예술, 종교적으로도 주변국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로마 역사에서도 페르시아 제국과의 경쟁은 잘 언급되지 않는 주제다. 두 제국은 국경을 마주한 채 700년 넘게 전쟁을 이어갔다. 역사적으로 어느 제국도 이들처럼 오래 존속하면서 대국을 운영한 사례가 없었다.

이 책은 동시대의 두 강대국이 치열하게 싸우고, 때로는 평화를 유지하며 공존해온 과정을 담았다. 로마는 파르티아·사산 왕조, 페르시아에 걸쳐 7세기 동안 경쟁했다. 전쟁을 하더라도 국지전에 그쳤고, 적당한 때에 타협한 뒤 강화조약을 맺고 후퇴했다. 상대방을 완전히 정복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갈등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결국 저자가 다룬 두 제국의 ‘700년 대결’은 전쟁인 동시에 공존·평화에 관한 이야기다.

에이드리언 골즈워디 /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 4만3000원

양측은 서로 이기기 위해 노력하면서 상대를 더 잘 파악하고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 격한 충돌 와중에도 계속됐던 두 제국 사이의 무역은 서로를 풍요롭게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두 강대국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어떻게 발전하게 됐는지 보여준다.

‘로마인, 파르티아-페르시아인 사이의 충돌은 지속적인 적응과 혁신의 이야기였다. 양측은 상대에게서 배웠고, 승리의 가능성을 자국에게 유리하게 돌리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양측은 더욱 비슷해졌고, 6세기와 7세기의 양국 군대의 차이는 미미했으며 전반적인 전투 방식보다는 전투의 세부 사항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674쪽)

이 책은 두 제국의 경쟁에 휘말린 다른 많은 국가와 지도자도 다룬다. 이들은 강대국 간 대결에 휩쓸린 장기 말 같은 신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황을 활용했다. 단순히 친로마, 친파르티아로 나눌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다. 두 제국은 막강한 국력을 가졌음에도 국경 너머의 지도자 집단은 물론 동맹국들조차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강대국 간 경쟁과 공존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로 견제하는 와중에도 공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로마와 페르시아의 이야기는 과거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 최근 미국과 중국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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