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건강·경제적 문제에서 더 큰 어려움”
가족 간 갈등이나 근심의 주요 원인으로 건강 문제가 가장 많이 지목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저소득 가구는 일반 가구보다 병을 앓는 가족 구성원이 1.8배 많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전국 7821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족 내 근심과 갈등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가구원의 건강 문제'(54.85%)를 꼽았다. 이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53.81%)고 응답한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18.19%), 가구원 취업 및 실업(8.34%), 자녀 교육 및 행동 문제(4.70%), 주거 문제(4.15%), 자녀 결혼 문제(3.74%)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족 간 관계 갈등(2.92%), 가구원 알코올 문제(0.79%), 가족 내 폭력(0.08%), 가구원 가출(0.07%)은 비교적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가구 소득 수준에 따라 가족 갈등의 원인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중위소득 60% 이하의 저소득 가구는 61.13%가 '가구원의 건강 문제'를 주요 갈등 원인으로 꼽아 일반 가구(43.39%)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경제적 어려움 역시 저소득 가구(20.17%)에서 일반 가구(16.93%)보다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가구원의 질병 유무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원의 53.19%가 질병을 앓고 있었다. 가장 흔한 질병은 고혈압(12.06%)이었으며, 이어 기타 질병(7.20%), 당뇨병(5.72%), 관절염 및 요통(5.56%), 고지혈증(2.33%), 암(1.7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저소득 가구에서 가구원이 질병을 앓는 비율은 77.18%로, 일반 가구(41.35%)보다 1.8배 높았다.
한편 겨울철 독감 유행이 심화하면서 저소득층이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지난해 12월 초 7.3명에서 연말 99.8명으로 13.7배 급증했다가 올해 1월 초 86.1명으로 다소 줄어든 상황이다.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효과적이고 비교적 저렴하지만, 5일간 복용해야 하며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비급여 검사(2만~4만 원 상당)가 필수다. 이에 반해, 정맥주사로 한 번에 투여할 수 있는 '페라미플루'는 효과가 빠르지만 비급여로 7만~15만 원의 높은 비용이 든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에게는 이러한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독감 치료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이 가족 간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드러난 만큼, 취약 계층에 대한 건강 지원과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비 지원과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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