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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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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1-20 23:56:35 수정 : 2025-01-20 23: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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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help me God”(신이여 도와주소서).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사는 언제나 이런 문구로 끝난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1789년 3월4일 취임선서 끝에 붙이면서 관례가 됐다.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들어 취임선서를 하는 것도 워싱턴 대통령이 ‘원조’다. 미국의 국가 기틀과 민주주의 전통을 세운 그의 유산이 이렇게 크다.

취임연설에는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녹아 있다. 1841년 9대 대통령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외투도 안 걸치고 무려 2시간이 넘게 열변을 통해 최장 취임연설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폐렴에 걸려 취임 한 달여 만에 숨졌으니 이런 안타까운 일도 없다. 반면 워싱턴의 재선 취임연설문은 135단어, 채 2분이 안 될 정도로 짧아 화제가 됐다.

폭력으로 난장판이 된 취임식도 있다. 1829년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사례가 그렇다. 당시 서부 개척자와 농민, 흑인 등 2만1000여명이 대통령을 보려고 백악관에 몰렸다. 하지만 술 취한 이들이 패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잭슨은 뒷문으로 탈출해 취임 첫날밤을 밖에서 보내야 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퇴임·취임 대통령이 함께 등장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전통이다. 예외가 네 번 있었다. 새 대통령이 싫다며 취임식에 불참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와 6대 존 퀸시 애덤스, 17대 앤드루 존슨, 45대 도널드 트럼프가 그들이다.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과 그의 취임식에 불참한 애덤스는 독립선언문 작성을 함께한 사이다. 그러나 대선에서 애덤스가 제퍼슨에 패해 재선에 실패하면서 앙금이 깊어졌다. 미 건국 아버지의 ‘뒤끝 작렬’은 의외다.

47대 대통령으로 재선된 트럼프의 취임식이 20일 워싱턴 미 국회의사당 내 중앙홀에서 열렸다. 트럼프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2021년 1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했다. 트럼프의 기행은 미국 민주주의와 국격의 추락을 불렀다. 바이든은 달랐다. “(대선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그냥 떠나버리고, 협력하지 않는 ‘유치한 게임’을 이어갈 수 없다”며 이날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했다. 속 좁은 트럼프는 바이든의 통 큰 정치에서 느끼는 게 있어야 하겠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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