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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번’ 수인복 대신 양복… 尹 “국회 의결 방해 안 했다” [尹, 첫 탄핵심판 출석]

입력 : 2025-01-21 18:15:46 수정 : 2025-01-21 23: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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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3차 변론기일 셀프 변론

尹 “자유민주주의 신념 갖고 공직”
계엄군 막는 영상 보고 놀란 표정
“국회·언론은 ‘초갑’… 의결 못 막아
저항하니 군인들 나오지 않았나”

尹측 “포고령, 계엄형식 갖출 수단
김용현이 예전 예문 베낀 것 수정”
국회 탄핵소추단 “국회 장악 의도
尹 발언은 지지자에 보내는 선동”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0010’번이 새겨진 수인복 대신 양복을 입은 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직접 나섰다.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을 태운 법무부 호송 차량은 이날 오후 1시11분 헌법재판소 경내 지하주차장에 들어섰다. 호송 차량 앞뒤로 경호처 차량 8대가 붙었다. 검찰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석방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동행해 윤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탄핵안 통과 뒤 처음으로 헌재 심판정에 출석한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 정돈된 머리 모양으로 비교적 깔끔한 차림이었다. 2차 체포 영장이 집행된 15일 공개된 영상 메시지 속 모습보다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피청구인석에 앉은 윤 대통령은 1시간43분간 이어진 재판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출석 인원을 확인하자 의자에서 살짝 일어나 재판관석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그는 “양해해 주시면”이라며 문 대행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어 “철들고 난 이후로 공직생활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신념을 확고히 가지고 살았다”면서 “헌재도 이러한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들이 잘 살펴주시길 부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굳은 표정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때론 발언을 실수한 대리인을 ‘툭’ 치며 숫자 ‘3’을 말하는 듯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발언을 수정하게 하기도 했다.

수척해진 모습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 대통령 측은 12·3 비상계엄이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고, 정치 활동을 막은 포고령 1호는 ‘계엄의 형식을 띠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포고령 문구에 대해서는 “국방장관 김용현이 국회 해산권이 존재했던 예전의 계엄 예문을 그대로 필사해서 제출한 것을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수정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 측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 상황, 정치인 체포 의심 정황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전 모의 정황을 증거로 제시하며 국회·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위해 계엄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미리 준비된 계엄이 아니라면 선포 직후 계엄군이 즉각 청사에 진입할 수 없었다”는 설명과 함께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 등에 진입한 폐쇄회로(CC)TV 영상도 증거로 제시했다.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대법원과 사법기관이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한 사항”이라며 “탄핵 사건 쟁점도 아니다”고 맞받았다.

시종일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재판을 지켜보던 윤 대통령은 국회 보좌진들이 소화기로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는 영상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변론 종료 전 발언 기회를 얻어 “(영상을) 잘 봤다”며 “근데 아까 그 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국회와 언론은 대한민국에서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이다. 내가 (계엄 해제의결을) 막았다고 하면 그건 정말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는 발언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인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단장이 국회 측 법률대리인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소추위원단은 재판 직후 윤 대통령 발언이 ‘지지자에게 보내는 선전선동’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재판 방향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 선동을 이끌어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내달 13일까지 예정된 8차 변론기일까지 변수가 없다면 윤 대통령이 가능한 한 모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우·안경준·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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