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일부에 해당…소비자들 이용 제한적
사측 “현재 시범도입 일종의 테스트 단계”
세븐일레븐이 운영중인 ‘정온(定溫) 푸드’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정온 푸드’는 삼각김밥 등 간편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울 필요 없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상온에서 보관·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온 푸드’를 운영중인 점포가 극히 일부에 해당 돼 소비자들의 이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사측은 “현재 시범도입, 일종의 테스트 단계”라는 입장이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바로잇’(데우지 않고 바로 먹어도 맛있는) 상품은 제조부터 포장, 배송, 판매까지 20도 수준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로잇 상품으론 삼각김밥과 주먹밥 등 20종을 마련했다. 세븐일레븐은 ‘정온 푸드’ 운영 모델을 토대로 편의점의 신선 먹거리 운영 시스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었다.
론칭 당시 조수경 세븐일레븐 상품본부장은 “국내 편의점에서 시도된 바 없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세븐일레븐은 “집 밥과 동일한 수준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 따뜻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난해 말 기준 세븐일레븐 점포수는 전국에 1만4000여 개다. 이 중 ‘정온 푸드’ 시스템이 도입된 곳은 단 21곳(0.15%)에 불과하다.
기자가 서울 시내 세븐일레븐 매장 몇 곳을 둘러봤지만, ‘정온 푸드’를 운영중인 편의점은 단 1곳도 없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일단 시작 하고 보자’는 식의 졸속 운영 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김모(20·서울 강남구)씨는 “따뜻한 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집 근처 편의점을 찾았는데 냉장 김밥 밖에 없었다”며 “일부 점포에서 시범운영하는 것을 마치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븐일레븐이 ‘정온 푸드’를 정식 운영이 아닌, 시범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전직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롯데) 그룹내에서 (세븐일레븐) 실적과 평가가 워낙 안 좋아 뭔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쟁사와 차별화된 영업방식을 도입한 것 같은데 (소비자) 반응이 없으면 슬그머니 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의점은 접근성이 최우선인데, 소비자가 따뜻한 김밥과 도시락을 찾아다닐지는 의문이다.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이 정온 푸드 모델을 내세워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 방식과 규모를 고려할 때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다”며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매출과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세븐일레븐의 매출액은 4조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줄었다. 누적 적자는 528억원에 달한다.
연간 실적 전망도 어둡다. 흥국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조44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손실 규모는 5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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