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조사땐 이 “총 쏴서 끌어내라” 진술
국회측 묻자 “위증 우려… 답변 않겠다”
여도 ‘정치인 체포 명단’ 질문 입 닫아
조 경찰청장에 명단자 위치 요청 인정
홍장원만 “尹, 눈물로 무릎 꿇어야해”
입다문 尹, 변론 끝나자 “실체가 없다”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군 장성들은 이 사건 청구인인 국회 측의 질의에 대부분 “답변드리기가 제한된다”며 입을 닫았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들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발언을 극도로 자제했다. 다만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질문엔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적극 설명하거나 계엄이 적법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때 “(국회 본회의장에)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계엄 당시 컨테이너 4분의 1 크기의 밀폐된 공간(차량 내부)에서 휴대전화 3개로 지휘했다”며 “상황이 그러면 내가 그날 무슨 말을 했는지 조각이 난 것처럼 생각이 안 난다. 오히려 위증의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서 답변을 하는 게 곤란하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측 변호인의 대다수 질문에 “답변 못 하겠다”,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3번 통화한 사실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는 걸 보면서 국민의 대표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검찰총장까지 해서 법에 대해 누구보다도 전문가라고 생각한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방송을 통해 그것(계엄 선포)을 얘기하는데 그게 위법이나 위헌이라는 생각을 할 하등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도 그 부분(계엄 선포)은 적법했다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검찰의 유도신문 여부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했다.
국회 측은 이날 변론 시작 전에 “윤 대통령의 면전에서 증인들이 사실대로 진술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퇴정하거나 가림막을 설치한 상태에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퇴정은 받아들이지 않고 가림막 설치는 증인이 요청할 경우 하기로 결정했다”며 “재판관 전원 일치된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 전 사령관은 가림막 설치를 희망하느냐는 국회 측의 물음에 “그건 상관하지 않는다”며 “저는 군인으로서 직책과 명예심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과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역시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명단 의혹에 관한 질문에 “형사 재판에서 엄격하게 따져 봐야 할 상황”이라며 답을 거부했다. 대신 경찰에 ‘특정 명단’의 위치 파악을 요청한 사실은 시인했다. 그는 계엄 당일 오후 10시30∼40분 사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한 뒤 “특정 명단의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를 알려달라는 점을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명단에 대한 구술은 있었지만 조 청장이 기억하는 것과 제가 기억하는 게 다르다”며 “형사재판에서 따져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 전 사령관도 계엄의 위법 여부를 생각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등에서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야 한다”면서 과거의 진술을 유지했다. 그는 이날 윤 대통령 앞에서도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했는데,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며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하니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 14∼16명으로 기억하는데, 받아적으면서도 ‘뭔가 좀 잘못됐다’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세 사람은 모두 국회 측 증인이다.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은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 눈을 감고 입을 굳게 다문 모습이었다. 잠시 눈을 뜰 때는 모니터와 천장을 번갈아 바라봤다.
윤 대통령은 이, 여 전 사령관 증언이 끝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계엄 사태 관련 여러 혐의들이 “실체가 없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윤 대통령은 “보통 수사나 재판에서는 실제 일어난 일이 어떤 경위로 그렇게 된 건지, 누가 지시했는지 등이 이야기가 되는데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상식에 근거해 본다면 이 사안의 실체가 어떤 건지 잘 알 수 있지 않겠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을 투입한 건 자신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으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엉터리 투표용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검찰 공소장에 계엄 당시 대통령과 이 전 사령관 사이의 전화 통화 횟수가 김 전 장관 공소장에는 3번으로,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4번으로 잘못 기재돼 있다며 “검찰이 객관적 사실을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재판부에 증인신문 시간 등을 늘리고 형사재판 대비를 이유로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여달라고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법원에 구속 취소 청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 취소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구속의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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