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목사’라고 칭하며 텔레그램을 통해 5년간 남녀 234명을 대상으로 성 착취 범행을 저지른 김녹완(33)의 신상정보가 8일 공개됐다. 올해 첫 신상공개 피의자다. 그는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반발해 집행정지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얼굴이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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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대 규모 텔레그램방 피해…“범행 수단 잔인성 등 고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김씨의 얼굴과 성명, 나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씨의 신상정보는 다음달 10일까지 공개된다. 경찰은 “범행 수단의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 등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5월 ‘자경단’이라는 사이버 범죄 조직을 만들어 올해 1월까지 남녀 피해자들을 상대로 가학적 성 착취 범행을 벌였다. 피해자만 234명으로 이중 10대 미성년자만 159명(남성 57명+여성 102명)에 달했다. 이는 대표적인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인 박사방 피해자 수(73명)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김씨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에 관심을 보인 이들에 접근해 신상정보를 확보해 협박했다. 약점을 잡힌 피해자들을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상착취 가해에 가담하도록 협박해 또 다른 피해자를 끌어들였다. 다단계 구조와 비슷하게 조직이 운영됐다.
여성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성적 호기심을 표현한 이들을 대상으로 “활동과 사진을 유출할 것”이라고 협박하며 범행을 벌였다. 나이 어린 피해자들에 일상을 보고하거나 나체를 촬영하도록 강요하는 등 일종의 심리적 지배를 일삼았다.
김씨는 본인이 목사방 총책인 것을 숨기고 전국 각지를 돌며 여성을 상대로 강간 등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그가 금전적 이득이 아닌 10대 여성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피해자를 노리며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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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공간에선 왕…현실에선 평범한 직장인
경찰은 김씨가 N번방, 박사방 등 성 착취 사례를 보면서 이 같은 범행을 연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마 수리남에서 마약조직이 목사, 집사, 전도사 등으로 나눠 운영된 점에 착안해 지휘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김씨는 스스로를 목사라 부르게 하고 계급별 상명하복 구조 속에서 왕처럼 군림했다.
현실에서 김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소개로 직장에 들어가 회사생활을 했다. 자경단 조직원은 학생 비중이 높았다. 김씨를 비롯해 경찰에 검거된 자경단 조직원 14명은 각각 10대 11명, 20대와 30대가 각각 1명이다. 중학생 1명, 고등학생 6명, 대학생 3명, 회사원 1명, 무직 2명이다.
김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대한민국 경찰 무능하다”, “수사하러 헛고생 하시지 마시고 푹 쉬세요”, “사수(사이버수사)과 아재들 저 잡을 수 있어요?”라며 경찰을 조롱했지만 경찰의 약 1년 간 끈질긴 추격 끝에 붙잡혔다. 그 과정에서 경찰과 텔레그램 본사의 협력이 이뤄진 것도 도움이 됐다.
김씨는 경찰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2일 자신의 이름, 나이,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하자 이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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