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성 메시지로 대화 조건 제시
북한은 미국의 핵 추진 공격잠수함(SSN)인 알렉산드리아함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데 대해 “변하려야 변할 수 없는 미국의 대조선 대결 광기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방성 대변인은 11일 발표한 담화에서 “도발자들을 응징하기 위한 자기의 합법적인 권리를 주저 없이 행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미국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없자 북한이 경고성 메시지로 대화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변인은 알렉산드리아함 입항을 두고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황을 더욱 격화시키는 불안정 요소”라며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상 우려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천적 현실은 최근 우리 국가수반이 천명한 새로운 핵 능력 및 자위력 강화조치가 어째서 정당하며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기필코 나아가야 하는가를 명백히 제시해주고 있다”며 “우리는 횡포한 적수국과의 격돌구도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을 언급하며 “핵 무력을 더욱 고도화해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한 바 있다.
대변인은 그러면서 미국에 ‘강 대 강’으로 대응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그는 “힘을 통한 지배를 맹신하고 있는 패권적 실체인 미국에 대해서는 철저히 상응한 힘으로써 견제해야만 한다는 것이 현실이 제시하고 있는 해답이며 이미 우리가 견지해나가고 있는 대응원칙”이라며 “우리 무장력은 조선반도 지역에 대한 미 전략수단들의 빈번한 출몰상황을 엄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국가의 안전이익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임의의 수단을 사용할 준비상태에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한 유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은 SSN의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의 실시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태도와 의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긴장을 조성하는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며 향후 북·미 대화 조건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담화를 고위 인사가 아닌 국방성 대변인 명의로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거명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미 비난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이 조만간 지대함 탄도미사일로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미 신정부의 대북 정책이 표면화되기 전까지는 강 대 강 맞대응을 예고하면서도 실제 행동을 자제하는 수위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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