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구내식당, 1년만에 5500원→7500원
편의점 도시락도 상승…초저가 제품은 ‘글쎄’
지난달 24일 정오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한 구내식당. 해당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뿐 아니라 외부인들도 상당했다. 15분 거리 회사에서 근무하는 김현철(35) 대리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다른 회사 구내식당을 종종 찾는다고 했다.
점심 메뉴는 찜닭, 계란찜, 숙주나물무침과 된장찌개. 외부인 기준 7500원으로, 주변 식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이 구내식당의 점심 가격은 지난해 5500원이었다. 김 대리는 “그래도 만만한 게 구내식당이었는데 여기까지 올라버렸다”며 “편의점 도시락을 매일 먹을 수도 없고 아내한테 용돈 인상을 요구해봐야겠다”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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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직장인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속 비교적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이 많아졌지만 구내식당 밥값마저 고공행진 중이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점심값 급등)에 맞서 직장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소비자 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 대비 3.1%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년(6.0%)의 절반 수준이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2.3%)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직장인들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구내식당 식사비까지 크게 올랐다. 지난해 구내식당 물가는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6.9% 오르며 200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구내식당 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인 2021년부터 4년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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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6월 국회 구내식당 직원 식사비는 4200원에서 4800원으로 14.3% 인상됐다. 정부세종청사 역시 올해 식사 단가를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구청도 6000원이었던 구내식당 가격을 올해부터 6500원으로 올렸다. 일부 사기업 역시 올해 적게는 500원, 많게는 2000원까지 구내식당 점심값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내식당 가격이 점차 높아진 데는 식단가가 일제히 상승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속적인 식자재 물가와 인건비 상승에 구내식당 위탁 운영사들은 지난해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과 협의해 가격을 인상했다. 그나마 단체급식 운영사들은 식자재 대량 구매, 선계약 방식 등으로 메뉴값 상승 폭을 줄이고 있지만 다수의 운영사들이 인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중구의 한 구내식당을 관리하는 관계자는 “구내식당은 특히 식자재 등 물가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라며 “식수 인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물가만 계속 오르니 식단가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도 “임의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는 게 아니라 재계약 때 물가를 반영해 함께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부터 상승한 물가가 올해 뒤늦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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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비 부담을 줄일 ‘가성비’ 대체제로 꼽히는 편의점 도시락 물가도 인상됐다.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은 4.9%, 삼각김밥은 3.7% 올랐다. 편의점 도시락은 2019년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 통계에 편입된 이래 2%대 이하의 비교적 안정적 추이를 보이다 2023년과 지난해에는 5%를 넘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점심값에 허덕이는 이들을 위한 초저가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런치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준은 아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수입 식재료 의존도가 높은 외식업계 가격 인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고환율로 인한 수입 재료 가격 상승은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 장기화로 내수 침체가 계속되면서 매년 점심값을 고민하는 이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 구내식당마저 오르는 수준으로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외식업계 지원 등을 통해 런치플레이션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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