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취수 법적 절차 따라 논의”
한국공항 “아시아나와 합병으로 생수 수요 늘어”
환경단체 “사기업 이윤 추구” 반발

제주도지사와 대한항공, 한진 계열사인 한국공항(지상조업서비스사) 대표의 만남이 지하수 증산 논란으로 점화됐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영훈 지사는 전날 도청 집무실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 이수근 한국공항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제주 기점 항공편 확대, 신규 노선 개설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 지사는 “(제주공항 동계 운항 계획)항공편 감편으로 제주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하는 등 제주 관광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도민 이동권 보장에도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제주 항공 수송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만큼, 여행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주노선 확장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또 양 측의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환경보전을 위한 나무심기 등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ESG) 경영 실천 방안도 함께 모색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우 부회장은 “제주도는 대한항공 창업 이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라며 “기업 결합 이후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 5개 회사와 함께 지방발 노선 공급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상호 발전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이날 면담에서 △여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활용한 제주노선 추가 운항 △중‧대형기 활용을 통한 수송력 확대 △인천∼제주 노선 및 아세안지역(중국, 일본 등) 신규 노선 개설 등을 건의했다.

이날 면담에서 제주 지하수 취수 문제에 대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논의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이 허가받은 지하수 취수량은 하루 100t으로 허가기간은 오는 11월까지다. 만료 3개월 전 연장 등을 신청해야 하고 증산 시도는 이보다 빠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공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기내용 생수 수요가 확대한다는 점을 증산 이유로 꼽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 먹는샘물용 지하수 취수는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와 대한항공 기내용 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하는 한국공항 2곳이다.
당초 한국공항은 1984년 하루 200t 용량으로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받고 먹는 샘물을 생산하던 중 1996년 제주도가 실제 사용량을 고려해 100t으로 감축했다.
한국공항은 2011년부터 총 5차례에 걸쳐 지하수 증산을 신청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마지막 시도는 2017년으로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상 지방공기업을 빼고 먹는 샘물 제조·판매를 위한 지하수 개발·이용이 금지된 만큼 도지사가 변경 허가를 할 수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당시 지하수 증산 신청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판단해 반려했다.
이에 반발한 한국공항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증산 신청의 길이 열렸다.
다만 제주도는 당시 판결은 지하수 증산 신청을 반려한 부분이 위법하다는 게 핵심으로 허가와 별개인 만큼 한국공항이 새로 신청하면 해당 절차에 따라 심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증량 신청서가 제출되면 제주도 통합물관리위원회 지하수관리분과위원회가 심사한다. 심사를 위해 한국공항은 지하수 증산에 대한 영향 조사서를 제주도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안건이 의결되고 나면 해당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 허가에 대한 도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증량 신청을 한다면 현재 1일 100t인 취수량을 150t 규모로 확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 취수 허가량은 취수공 10공에서 현재 월 13만8000t(하루 평균 약 4600t) 규모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한진의 먹는샘물 판매는 제주도 공수 관리 체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기업의 이윤추구”라며 “지하수 공수 관리 정책의 핵심은 물을 경제재가 아니라 공공재로 인식하고 이를 공공의 이익에 맞게 보전·관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24년 기준 제주공항 항공기 등록을 통해 지방세 211억원을 납부했다. 제주지역에서 1627명을 고용하고 있다.
항공기 지상조업서비스사인 한국공항은 제주에서 제동목장, 한진제주퓨어워터 생수공장, 제주민속촌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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