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불확실성 해소 발등의 불
기업인들 訪美는 난제 풀 마중물
전략적 대미전략에 큰 힘 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모두가 힘겨웠던 시절, 운전하다 들었던 한 라디오 프로그램 속 ‘경제 전문가’의 말.
그는 “생각해보면 그간 역사에서 우리 스스로 ‘지금 경제가 좋다’고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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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 경제는 계속 장기 우상향을 했지만, 그 우상향 곡선 속에서 아등바등했던 우리 자신은 그 우상향을 느끼지 못했다. 돌이켜보고서야 경제 성장을 알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감염병 공포에 떠는 국민에게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결국 성장했고, 세계가 인정하는 산업 강국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강조하며 위로를 전하려 한 말이었을 것이다.
모두가 “앞이 깜깜하다”고 말하는 2025년에 다시 그때가 생각났다. 분단과 전쟁, 정치적 혼란, 석유 파동, 외환위기, 감염병과 같은 여느 국가라면 나라가 급격히 쇠퇴할 만큼의 위기를 우리는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수차례 겪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결국 우상향 성장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0달러 남짓했던 나라가 이런 풍파를 이겨내고 이제 4만달러를 꿈꾸는 경제 강국으로 올라선 건 한국만의 ‘회복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가 부른 불확실한 국내 상황에 전례 없는 미국발 관세·무역 전쟁이 수출로 성장을 일궈온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수출액 비중이 35%로 15~20% 선에 불과한 일본, 유럽연합(EU)보다 월등히 높은 한국으로서는 수출이 곧 생존이다. 미국이 한국의 2위 교역상대국이라는 점에서 작금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빨리 해소하느냐가 우리 생존과 직결된다.
특히나 미국 전임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믿고 거액을 현지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산업에 투자한 기업들이 당황하고 있다. 이런 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과 국내 20대 그룹 경영자들로 구성된 ‘민간 경제사절단’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20, 21일(현지시간) 미국을 찾는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1조달러 대미 투자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미국산 에너지 수입 증대를 약속하는 등 미국 신행정부와 결을 맞추려는 각국의 노력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계 대표 선수단’의 방미가 성사됐다. 참가 기업 면면 또한 반도체, 배터리, 유통, 자동차, 정보통신, 조선, 철강 등 한국의 대표 먹거리이자 미국이 추가 투자를 기대하며 공들이는 업종이 망라됐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들의 방미가 지금 우리가 부닥친 모든 난관을 단번에 해결해줄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론이다. 한국인은 유난한 회복력과 위기 극복 유전자가 있지만, 부정적인 상황에 맞닥뜨리면 특정 개인이나 대상에 책임을 떠넘기고 과하게 비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부인할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부산 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때도 그랬고, 지금의 탄핵 정국을 관통하는 정치·사회계 양상이 그렇다.
경제사절단에 대한 기대가 당연히 크겠으나, 자칫 이런 기대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사절단의 미국 방문에 대해서는 응원하되 우리 스스로도 차분히, 냉정하게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후 첫 경제계 접촉인 만큼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한국 경제의 회복력을 기반으로 한 한·미 사이의 굳건한 경제 동맹이 양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직접, 충분히 설명하고 대화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얻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난제를 풀어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첫 만남의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대미 전략을 세우는 것 또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이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이 쉽지 않은 한국 정부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의 방미가 가진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미국으로 떠나는 기업인들의 저력을 믿고 이들의 발걸음에 차분한 응원을 보태는 것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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