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매력 중 하나로 ‘라이벌전’이 꼽힌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맞붙는 ‘슈퍼매치’는 K리그를 넘어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라이벌 매치다. 같은 모그룹을 둔 울산 HD와 전북 현대는 ‘현대가 더비’라는 이름 아래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1998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 역사상 최고 명승부를 보여준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은 ‘동해안 더비’로 K리그 흥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라이벌전은 K리그에 재미를 더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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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리그는 새로운 라이벌전이 팬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연고지 문제를 두고 얽히고설킨 FC서울과 FC안양의 ‘족보 더비’다. 서울과 안양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첫 맞대결을 펼친다. 두 팀은 최근 미디어데이에서 연고지 문제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발단은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축구연맹 등에 따르면 1983년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축구팀 ‘럭키금성 황소’가 창단했다. 연고나 지역 기반이 무의미했던 시절에 럭키금성은 전국을 돌며 경기를 치렀다. 럭키금성은 1990년 연고지 정책 시행과 함께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이듬해 LG 치타스라는 새 이름을 달고 서울 동대문운동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했다. 그러다 1995년 서울 연고 팀을 지방으로 보내는 ‘서울 공동화 정책’에 따라 LG 치타스는 안양으로 가 뿌리를 내렸다. 그렇게 안양 LG 치타스가 됐지만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비어 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기 위해 상경했고, 이름도 FC서울로 바꿨다. 팬들만 남긴 채 축구팀이 사라진 안양은 2013년 시민구단 FC안양을 출범해 K리그2에 뛰어들었다.
FC서울 입장에서는 ‘원래 연고지로 돌아온 것’(복귀)이지만 안양 팬 입장에선 ‘홈팀이 연고지를 떠난 것’(이전)인 셈이다. 2부리그(K리그2)에서 활약하던 안양이 2024시즌 정상을 차지하며 마침내 1부리그(K리그1)로 승격해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서울과 라이벌전 구도를 형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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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은 서울의 연고지 변경과 관련해 ‘이전’과 ‘복귀’ 중 어떤 것이 맞다고 답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면서도 새 라이벌전 탄생을 반기는 눈치다. 연맹 관계자는 “지금 연고지 문제에 대한 해석을 명확하게 내놓는 건 한쪽 편을 들어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라이벌전인 만큼 더 뜨거운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외 설전을 벌인 두 팀은 경기장에서도 화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서울은 개막전에서 제주 SK에 0-2로 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안양을 상대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반면 안양은 첫 경기부터 전년도 챔피언 울산을 1-0으로 잡아냈고, 첫 족보더비에서도 승리해 승격 돌풍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두 팀은 대한축구협회(FA)컵(현 코리아컵)에서 한 차례 맞붙었다. 2017년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32강전에서는 서울이 2-0으로 이겼다. 당시 안양 팬들은 킥오프에 앞서 대규모 홍염과 팀의 상징 색깔인 자주색 연막탄을 터트리며 응원의 열기를 높였다. 화약과 총포류를 경기장에 반입할 수 없다는 대한축구협회 규정에도 홍염과 연막탄으로 안양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했다.
K리그1 첫 맞대결에서도 뜨거운 응원전이 예상된다. 20일 오후 기준 이 경기 티켓은 벌써 3만2000장이 팔려나갔다. 22일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질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수준이다. 서울은 경기 당일에는 4만명 이상이 경기장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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