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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은 민주당이 ‘중도 보수’ 위치에 있다는 이재명 대표 발언에 20일 “국민들이 잘 안 믿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나와 “중도로의 외연 확장 취지면 문제 될 게 없는데, 민주당 정체성을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한 건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중도 보수 정당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당내 토론을 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진보 정책 패턴으로 정강 정책을 수행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중도 진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새날’에 나와 “앞으로 민주당은 중도 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가 아니다”라는 표현을 쓴 뒤에는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며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비명(비이재명)계’는 당의 정체성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며 ‘몰역사적’이라는 공세를 폈고, ‘친명(친이재명)계’는 민주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들을 소환해 이 대표의 발언이 오히려 역사적 정통성에 부합한다고 맞서 도리어 당내 정체성 논란만 벌어지는 분위기다.
1997년 11월13일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은 중도 우파’라며 말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한 신문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 비해 진보이긴 하지만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 정당’이라는 말을 했다는 게 친명계의 입장이다. 반면에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YTN 라디오에서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비판했고, 김두관 전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실언’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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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전 의원은 ‘여론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에 동의하나’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당의 정체성 문제가 주목도를 잠시 올리려 왔다 갔다 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하는 게 더 낫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이 대목에서 “사회적으로는 유승민, 이준석 이런 분들을 합리적인 중도 보수로 보지 않나”라고도 그는 언급했다.
특히 이 대표가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제일 높은 31%를 차지했으면서도, ‘없다’와 ‘모르겠다’를 합한 답변과 비율이 같은 데 대해서는 “제일 앞서가는 후보지만 압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부동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니 부동층을 상대로도 열심히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1%가 이 대표를 지목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0%로 이 대표 뒤를 이었고, 오세훈 서울시장(8%), 홍준표 대구시장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각각 5%,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2%씩을 얻었다. 무엇보다 ‘없다(26%)’와 ‘모름·무응답(5%)’을 합한 답변이 이 대표를 택한 비율과 같아 주목됐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19.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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