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에는 국제선이 없다. 유일한 국제선을 운항하던 무안국제공항은 지난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폐쇄됐다. 지역민들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2∼3시간 비행을 위해 새벽 고속버스를 타고 인천이나 김해의 국제공항으로 가야 한다. 비행기를 타는 데만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지난해 무안공항 이용자는 40만6000명. 이 중 70∼80%는 광주시민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여행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나온 이슈가 있다. 바로 광주공항에 임시 국제선을 재개해 달라는 요구다. 1995년 국제선을 취항했던 광주공항은 무안공항이 개항하면서 노선을 모두 넘겼다. 현재는 김포·제주 간 국내선만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기 참사로 가장 타격을 입은 곳은 지역 여행업계다. 올 1, 2월 국제선 예약자 2만명 모두가 취소했다. 손실액만 300억원이 넘는다. 무안공항 재개까지 입을 손실도 막대하다. 전남도와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재개 시점을 올 10월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안에 무안공항이 재개되는데, 무슨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냐는 말이 나온다. 맞는 얘기다.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절차는 간단하지 않다. 국토부의 관계기관과 협의와 항공사 노선신청 등 적어도 이런 절차를 밟으려면 석 달 이상 걸린다. 광주공항 국제선과 무안공항 재개 시점이 비슷할 수도 있다. 광주공항 국제선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이유는 공항이용의 심리적 안정성 때문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관련 기자회견에서 “무안공항이 물리적으로 안전하고 심리적으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로컬라이즈 등 공항의 시설이 개선됐다고 해서 이용객이 곧바로 참사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참사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1년이 걸릴 수도, 2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혹은 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는 단순히 무안공항의 임시 대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강 시장은 참사 후 서남권 관문공항으로 무안공항이 적절한지도 국토부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사 이후 광주 민·군통합공항의 이전과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한 서남권 관문공항 조성사업이 표류하고 있어서다.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 판단 기준은 무엇보다 시설 안전과 심리적 안심이 돼야 한다. 시설 보완 등이 이뤄져 무안공항이 정상운항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용객들이 불안에 떨며 이용하지 않는다면 국제선 재개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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