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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원한 친구 없다’는 냉혹한 현실 일깨운 러·우 전쟁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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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3 23:00:15 수정 : 2025-02-23 23: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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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착잡한 심정으로 목도한다.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화(戰禍)로 양측 군인 사망자만 15만명에 달하고, 민간인 1000만명이 피란길에 올라야 했던 참상이 벌어졌다. 한국의 155㎜ 포탄 우회지원과 북한군 파병, 한국행을 바라는 북한군 포로의 텅 빈 눈동자는 이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전쟁이 각인하는 교훈은 국제사회의 약육강식, 힘의 논리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후 태도가 돌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반면, 러시아 대통령과는 손을 잡으려고 한다. 우크라이나 의사를 배제한 ‘강요된 평화’를 압박하는 종전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 광물 수익의 절반을 미국에 넘기라는 약탈적 광물 협정을 요구한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3주년을 맞아 러시아 규탄을 위해 제출한 유엔 결의안마저 반대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 시 거부권 행사를 위협했다고도 한다. 영원한 벗도, 영원한 적도 없이 강대국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다.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현실은 대북 대응과 한·미 동맹이 외교·안보의 기본 축인 우리를 당혹하게 만든다. 미국과의 동맹이 더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특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도 국제이슈에 개입할 외교적, 군사적 능력이 압도적이지만, 그 의사가 저하된 상태다. 미국 국민의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경향을 보면 트럼프 정권 이후 미국이 세계경찰로 복귀할지도 불투명하다.

올해는 남베트남 패망 50주년이다. 패망 배경으로 부정부패, 내부분열과 함께 과도한 대미 의존이 거론된다. 결국 스스로 강해지는 자강 없이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남베트남의 교훈이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한 미국의 핵 보호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것은 국제법이나 우방이 아니라 실력이다. 한·미관계를 기축으로 삼되 주요국과의 관계를 밀착해 외교적 발언력을 높이고, 전략적 차원에서 군사적 자위력을 강화하는 자주적 역량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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