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와 대규모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이탈로 박스권에 갇혔던 가상화폐 시장이 2조원대 해킹 악재를 만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체적인 가상화폐 정책이 나오기 전까진 박스권 트레이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바이비트’는 최근 북한의 해킹조직으로부터 약 14억6000만달러(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탈취당했다. 벤 저우 바이비트 최고경영자는 “해커가 바이비트의 오프라인 이더리움 지갑 중 하나를 탈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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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킹은 2014년 마운트곡스(4억7000만달러)와 2021년 폴리 네트워크(6억1100만달러) 사건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는 지난해 인도 가상화폐 거래소 ‘와지르X’에서 2억3490만달러, 대출 프로토콜 ‘라디언트 캐피탈’에서 5000만달러 규모의 가상화폐를 해킹한 바 있다.
2018년 설립된 바이비트는 일일 평균 거래량 360억달러(약 51조7860억원)에 달하는 세계 10위권 가상화폐 거래소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바이비트는 해킹 이전 약 162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해킹으로 자산의 약 9%에 해당하는 이더리움을 도난당했다.
최악의 해킹 소식에 가상화폐는 일제히 하락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21일 한때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전날보다 2.42% 내린 9만6116달러에, 이더리움은 3.04% 하락한 2660달러에 거래됐다.
ETF에서 지속적인 자금 유출이 나타나는 점 역시 가상화폐 하락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스팟온체인에 따르면 지난주 평일 거래일 동안 미국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는 총 6억650만달러(약 8756억원) 상당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미 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오게 될 경우 금리 상승 위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약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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