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영장 쇼핑’ 등 연일 비판
중도 지지율 한주새 10%P 빠져
당내선 “탄핵의 강 빨리 건너야”
“계엄과 탄핵에 단호히 선 긋길 원하는 중도층 마음을 읽어야 한다.”
국민의힘을 향한 중도층 민심이 돌아서는 기류를 읽어낸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이 23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도부는 ‘헌법재판소(헌재) 흔들기’에 앞장서 강성 보수층을 다독이는 한편 민생정책과 ‘반(反)이재명’ 정서를 고리로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당내에선 조기 대선을 고려해 ‘탄핵의 강’을 빠르게 건너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날도 당 지도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영장 쇼핑” 주장을 앞세워 강성 보수층 눈치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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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수처의 영장 쇼핑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이 서부지방법원에 포진하고 있어서 서부지법으로 변경한 것인가”라며 오동운 공수처장의 사퇴와 공수처 폐지를 촉구했다. 공수처가 중앙지법에 청구한 통신·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체포·구속 영장을 서부지법으로 청구했다는 지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또 “헌재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법치에 입각한 공정한 절차를 어겼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여당 지도부가 이처럼 헌재 흔들기에 나서는 것은 조기 대선을 고려하더라도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최근 보수성향 기독교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에 여당 의원 다수가 참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집회에 나간 한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이 인용되면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안 나갈 수 있다. 중도층 얻으려다 집토끼가 도망간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 사이에선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변론기일을 기점으로 삼일절 연휴에 당 지도부가 나서 ‘탄핵 기각’ 여론전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중도층 시선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10%포인트가 급락해 22%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42%)과 20%포인트 차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 지도부는 일시적 하락세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한 번의 여론조사로 어떤 추세를 지금 단계에서 평가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비상등이 켜진 중도층 민심의 핵심은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영남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지키다 안 돼도 강성 지지층 눈에 들면 다음 총선 때 유리하겠지만, 대선은 결국 중도층 싸움”이라며 “중도층이 원하는 것은 계엄 사태에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의 상식 밖 주장에 중도층이 마음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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