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연체 9.1조… 2021년보다 6.6조 늘어
단기 수익 이유 고위험PF 선호 관행 탓
금리인하 기대 맞물려 ‘부실’ 정리 미적
금감원, 업계에 조속히 매각 잇단 압박
지연되면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 방침
금투사 불건전 영업 행위도 집중 감시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저죽은행의 대출 연체가 2021년 말 2조5000억원에서 3년여 만에 9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저축은행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비롯해 부실 PF 사업장 매각 등 강도 높은 건전성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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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금융업권별 대출 및 연체 규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금융권(은행·저축은행·생명보험·카드) 연체규모는 총 2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20조6000억원에서 불과 한 달여 만에 15.5% 증가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저축은행의 연체규모다. 저축은행의 연체는 9조1000억원으로 2021년 말 2조5000억원에서 3년여 만에 264%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 금융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업계에선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급증한 이유로 금융당국의 기대와 달리 부실 PF 정리가 지연된 탓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겪고도 단지 수익성을 이유로 고위험 자산인 PF를 선호하는 관행이 일부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저축은행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 바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 취급 과정과 리스크 관리 적정성 등 저축은행의 PF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최근 PF 취급 규모가 큰 10여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부실 PF 정리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PF 부실 정리가 지연되는 저축은행에 대해선 현장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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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금감원은 PF 사업장 정리 활성화를 위해 PF 정보 공개 플랫폼을 통한 강도 높은 부실 PF 자산 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금감원은 PF 정리 촉진을 위해 매각 추진 사업장 현황 리스트를 제공하는 정보 공개 플랫폼을 마련했는데, 경·공매 대상 사업장 중 소송 진행 중이거나 경·공매 일정 미확정 사업장을 제외하고 195개 사업장(3조1000억원) 규모가 우선 공개됐다. 최근 한 지방 소재 물류센터의 경우 대출금액 대비 72% 수준으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PF 사업장이 당초 계획대로 원활히 정리될 경우 다음 달 말까지 누적 기준 7조4000억원에 달하는 부실 PF 자산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강 의원은 “올해도 금융권 대출 연체규모가 가계, 기업 할 것 없이 늘고 있다”며 “금융 당국은 대출 속도가 빠른 금융권에 대한 현장점검을 정기적으로 하고 자산 건전성 관리 강화 종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부실 PF뿐 아니라 금융투자회사의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자본시장 리스크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또 결산 시즌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익 추구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혐의 발견 시 엄중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투자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불법·불건전 영업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수시·기동 검사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감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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