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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더 노력을”… 女농구 명장의 호소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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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5 20:54:19 수정 : 2025-02-25 21: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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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이뤄낸 길을 따라가기 위해 선수들이 조금만 더 노력해 줬으면….”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자상을 받은 위 감독은 수상대에 올라 “선배들은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도, 올림픽 은메달도 차지했다”며 “여자농구가 침체됐고 국제대회에 많이 약해졌다”고 우려했다. 벼락같은 성격의 위 감독이, 그것도 10번째 감독상을 받은 뒤 이렇게 당부한 건 ‘농구실력 향상에 집중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한국 여자프로농구 선수 중 올 시즌 연봉 1억원 이상 받는 선수는 31명이다. 2020∼2021시즌 21명과 비교해 47.6%(10명)나 늘었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시카고 스카이의 케이틀린 클라크 연봉은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기량은 오히려 그전보다 퇴보했다는 평가다. 특히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나온 각종 장면은 ‘여자농구 수준’ 등의 제목으로 떠돌고 있다. 자유투를 백보드 상단에 던진 인천 신한은행 김진영과 지난해 12월16일 홈 팬들 앞에서 1쿼터 10분 동안 단 1골도 넣지 못한 우리은행의 부끄러운 모습은 온라인에 박제됐다. 신한은행 신지현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신지현은 고교시절 한 경기 최다인 61점을 넣으며 2014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예쁘장한 외모에 인기 선수가 된 신지현은 지난 3일 우리은행과 경기 중 수비가 없는 상황에서 레이업슛을 놓쳤다. 경기 중계 해설진이 “연봉 반은 반납해야 한다”고 탄식할 만큼 어이없는 실수였다. 신지현은 올 시즌 연봉 총액이 4억2000만원에 달한다.

 

2022∼2023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부천 하나은행 박소희의 패스는 ‘폭탄돌리기’라는 제목의 밈으로 남겨졌다. 박소희는 지난달 20일 신한은행전에서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슛 기회를 잡았지만 옆에 있던 정예림에게 공을 건넸다. 57-58로 뒤지던 4쿼터에서 역전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이처럼 선수들의 기량 저하 원인을 두고, 모기업의 지원이 든든한 데다 실력 있는 선수가 많지 않아 경쟁이 느슨한 환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농구계에서 나온다. 그러고 보니 한국 여자농구가 ‘우물 안의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소리가 들린 지 오래다. 선수들이 각성해서 죽기 살기로 기량 연마에 힘쓰고 팬들을 끌어모으는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제무대에서 ‘동네북 신세’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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