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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경제 성장률 1.5%로 대폭 하향…한은, 기준금리도 0.25%P 내려

입력 : 2025-02-25 17:56:44 수정 : 2025-02-25 23: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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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수출 둔화에… 금리 내려 ‘경기 부축하기’

계엄 여파에 美관세 불확실성 더 커져
석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 0.4%P 낮춰
기준금리 2%대로 인하… 경기 하방 방어
이창용 총재 “1%대 성장도 우리의 실력
10년간 신산업 육성 안한 결과” 꼬집어
“추경 땐 상승 효과… 20조 이상 안했으면”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것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라며 10년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지 않은 결과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은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라는 겹악재 속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현 3.0%에서 2.75%로 내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춘 1.5%로 제시했다. 이 같은 대폭 하향 조정에 대비해 한은은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올해 성장률을 1.6∼1.7%로 낮출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새 0.1∼0.2%포인트나 더 떨어진 것이다. 이 총재는 “1월에는 비상계엄 사태 등 국내상황이 주요한 요인이었는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하고 미국 관세정책 등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장일치 기준금리 인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위원 6명 만장일치로 금리를 연 2.75%로 인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1월 전망 당시 미국이 중국에는 2분기, 다른 국가에는 내년 중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전제했으나, 각각 올해 1분기와 하반기로 앞당겨지고 관세율도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예상보다 낮게 나온 지난해 4분기 GDP 실적 역시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 전망치를 지난해 2월(2.3%), 5월(2.1%), 11월(1.9%) 계속 낮춰왔다.

 

내년 성장률은 1.8%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과거 고도성장에 너무 익숙해서 1.8%(성장)를 위기라 하는데, 우리 실력이 그 정도”라며 “그동안 구조조정을 안 하고 기존 산업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력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지 않고 해외 노동력도 수입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정책이나 글로벌 교역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과도한 수출 의존도 역시 한국 경제 성장의 한계로 지목했다.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실제로 한은은 미국이 예상보다 빠르고 가혹한 관세정책을 추진하면서 올해와 내년 수출 증가세 둔화폭이 커질 것으로 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50억달러, 내년은 700억달러로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각각 50억달러씩 낮췄다.

 

이 총재는 “반도체가 크게 성장한 지난해를 제외하고 지난 3∼4년간 순수출이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기여도)은 0%였고, 우리 경제가 2∼3% 성장할 때도 순수출의 영향은 과거와 달리 굉장히 작다”면서 “수출 산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경쟁력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수출로 인한 낙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것은 지난 10년간 새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 사회적 갈등을 피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번 전망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는 반영되지 않은 만큼 향후 집행 시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추경을 15조∼20조원 하면 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면서 “그 이상의 규모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은 규모뿐 아니라 (어디에 쓰느냐) 내용도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우리 성장률이 낮아진 원인을 구조적으로 해결한다는 철학을 갖고 20조원 이상은 안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한은은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를 높여 부과한 뒤 2026년까지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추가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국내외 악재 속에 내수 진작을 위해 한은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3.0%에서 2.75%로 0.2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서 3년여 만에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11월에도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가 잇따라 금리를 낮춘 것은 금융위기 당시 6연속 인하(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이었다.

 

25일 서울 중구 명동 상가밀집 거리가에 임대문의가 게시된 모습. 뉴스1

이후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가 더 커지자 3연속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로 급등하자 1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올해 두 번째 금통위에선 추경 편성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라도 내려서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려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추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다음 인하 시점과 관련해 “올해 두세 번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금통위의 가정이 다르지 않다”면서 “다만 인하 시기는 여러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4분기에 정책금리가 0.5%포인트 인하됐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되레 0.5%포인트 정도 올랐다”면서 “정책금리 조정은 이렇게 양극화가 심하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 부동산 시장 대응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금리를 내려도 소비는 빨리 회복되지 않는 반면 환율에는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당장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금리가 아닌 추경을 서둘러 1월 초에 집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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