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오전 9시49분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 철근 상판(빔) 붕괴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고로 교각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10명이 50m 아래로 추락·매몰돼 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1명은 경상이다. 지난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부산’ 호텔·리조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6명이 목숨을 잃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이런 비극이 발생했으니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사고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현장의 교각 위에 올려져 있던 상판 연결작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공사는 빔 거치 장비인 런처(크레인)를 이용해 교각에 빔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세종~포천 상행선 교각에 빔을 모두 올리고 하행선 설치를 위해 런처를 옮기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는 편하중이 작용하면서 붕괴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고 당시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교량을 떠받치던 50m 길이 철 구조물 5개가 마치 엿가락처럼 휘어지다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후진국형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사고가 난 공사 구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를 맡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공사를 얼마나 허술하게 했길래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는 사고가 벌어진 건지 말문이 막힌다. 지역의 업체에 하도급을 줬다는데 비용을 줄이려고 공사 능력·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을 선정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문가들도 “총체적인 부실 공사와 부실 감독 등이 결합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사고는 벌어질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지 않나.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에는 전남 무안군 ‘힐스테이트 오룡’ 단지 사전점검에서 외벽이 기우는 등 무려 5만여건의 하자가 발견돼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벌어졌는데 구조적인 원인이 없을 리 없다. 정부와 수사당국은 구조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설계가 잘됐다면 과정대로 작업순서가 잘 이뤄졌는지, 감리나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책임도 엄중하게 묻고, 유사한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