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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트럼프 관세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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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26 23:23:31 수정 : 2025-02-26 23: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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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사절단 합심해, 안갯속 통상전쟁서 길 찾아야

‘공격 또 공격하라, 잘못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부인하라, 지더라도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마라.’

젊은 시절 도널드 트럼프가 멘토였던 로이 콘에게 받은 ‘승리를 위한 삼계명’이다.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지난해 개봉한 영화 ‘어프렌티스’에는 1970년대 트럼프가 ‘악마의 변호사’이자 로비스트인 콘에게 매료돼 졸졸 따라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콘은 ‘도니 보이’ 트럼프를 성공한 사업가로 주조해낸 인물이다. 삼계명 첫 구절처럼 올 1월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이 매섭다. 전 세계가 불난 호떡집 같다. 중국에 10% 추가관세,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발표, 무차별 상호관세 엄포에 수입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와 자동차·반도체 관세 예고까지.

잇따른 관세 폭탄은 트럼프식 협상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는 선공격 후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 미국의 곳간을 든든히 채울 심산이다. 각국은 황망한 속내를 누르고 ‘트럼프 설득하기’ 총력전에 나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달 7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환심 사기에 주력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오모테나시’(마음을 다한 환대)의 마음으로 트럼프에 접근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7월 유세 중 총격으로 귀를 다쳤을 때 찍힌 사진을 두고 “역사에 남을 한 장.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 ‘내가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고 확신했던 것이 틀림없다”고 립서비스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아예 방미 전에 선물을 안겼다. 대미 무역흑자가 큰 품목과 미국의 주요 수출품을 중심으로 관세를 내렸다.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모디 총리는 “미국과 인도가 함께한다는 것은 마가(MAGA)에 미가(MIGA)가 더해진다는 뜻”이라고 듣기 좋은 말을 했다. 트럼프의 대표 구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미가’(인도를 다시 위대하게)로 변용한 것.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한 기색인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로는 강경한 유럽연합(EU)조차 물밑에선 미국을 설득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미국 우선주의에 맞서 자국을 방어하려는 각국 지도부의 안간힘은 한국 상황과 대비된다. 정치 리더십 공백기에 트럼프의 공세를 상대해야 하는 딱한 처지를 더 절감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끼리 만나 통 크게 현안을 푸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걸 감안하면 한국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그나마 이번 주 민간 경제사절단이 정치의 공백을 메웠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주요 그룹 수장들로 이뤄진 경제사절단은 미국을 찾아 행정부·정치권 인사들을 만났다. 사절단을 맞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본격 행보에 나섰다. 28일까지 미국에서 행정부 인사들과 주요 의원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민관이 한뜻으로 나선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으로선 최선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가 내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어떻게 결론 내든 정치권이 단기간에 전열을 가다듬고 미국의 통상 압박에 맞서 총력을 쏟으리라 기대하긴 힘들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대선은 5월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한 달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방향키를 조금이나마 틀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선장 없는 대한민국호가 암초를 피할 수 있을지 응원이 필요한 시기다.


송은아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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