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진술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에서 호평 일색의 반응이 나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어제 “최후 변론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국민께 호소력이 있었을 거라고 평가한다”며 “헌재 재판관들이나 우리 국민께서 대통령의 진정성을 좀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논평도 나왔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도 밝히지 않은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이 ‘통합의 메시지’라니 어이가 없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는 윤 대통령 주장에 동의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계엄옹호당’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국민의힘이 다수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비상대책위원장은 며칠 전 토론회에 나와 “(비상계엄의 밤에) 국회 현장에 있었더라도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수사와 탄핵심판 와중에 보수 성향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당 지지율이 올랐다. 하지만 중도층 지지율은 하락 추세로 바뀌었다. 지난 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22%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42%)의 절반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윤 대통령과 강성 지지층에 갇혀 탄핵 반대만 외쳐선 미래가 없다. 정치 양극화로 진영이 결집하는 선거에선 중도층이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 그때 가서야 “계엄은 잘못”이라고 말할 텐가.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에서 개헌 추진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대통령의 개헌 의지가 실현돼 우리 정치가 과거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열기를 희망한다”는 공지를 냈다. 한가한 상황 인식이다. 비상계엄 선포로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넘어서자고 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할 처지이긴 한가. 그러니 탄핵심판 결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임기 단축 개헌 제안이 진심이라면 탄핵소추가 기각되고 추진해도 늦지 않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이 작지 않다. 경호처 소속 간부들은 법원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입건됐다. 대통령실은 ‘새로운 시대’를 말하기 전에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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