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뽑은 재판관 임명해야”
논란 없게 탄핵 심리선 빠져야

헌법재판소가 어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선고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국회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 몫 재판관으로 추천된 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26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의원 과반 찬성으로 재판관 선출안이 통과됐다. 야당의 강행 처리에 따른 결과이긴 하나 최 대행은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순리라고 하겠다.
헌법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각 3명씩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거나 선출해 총 9명의 재판관으로 헌재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국회 몫 재판관 3명은 2000년 이후 여당과 제1야당이 각 1명, 그리고 여야 합의로 1명을 추천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의석수를 근거로 “우리가 재판관 후보 2명을 추천하겠다”고 고집해 관철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년 넘게 이어진 국회 전통을 깬 것일뿐더러 ‘원내 과반 다수당’의 지위를 남용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헌재는 “대통령은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사람이 (…) 하자가 없는 한 그 사람을 재판관으로 임명할 헌법상 의무를 부담한다”며 “권한대행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앞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최 대행의 행태는 위헌이라는 의미다. 여야 합의보다 국회 본회의 표결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데, 최 대행 측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만큼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길 바란다.
그러나 마 후보자의 재판관 취임과 그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전혀 별개 문제다. 그는 대학생 시절 좌파 색채가 짙은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이란 단체에서 활동했고, 판사가 되고 난 뒤인 2009년에는 국회의사당 점거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보좌진 등에게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이런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관여한다면 ‘불공정’ 논란이 증폭될 게 뻔하다. 가뜩이나 그간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과정에서는 여러 잡음이 불거졌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만큼은 현행 ‘8인 체제’하에서 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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