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개막한 2024~2025 V리그도 어느덧 마지막 6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녀부 모두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이 일찌감치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만큼 두 팀에서 MVP가 나올 것이 확실시된다.
남자부는 현대캐피탈 집안싸움이다. 토종에이스 허수봉과 외국인 에이스 레오의 2파전 양상이다.
2016~2017시즌에 1라운드 3순위로 고교 졸업 후 프로 직행한 선수 최초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허수봉은 프로 데뷔 9년차(군 복무로 소화시즌은 8시즌) 만에 MVP 수상의 기회를 잡았다. 상무 제대 후 문성민의 계보를 잇는 현대캐피탈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잡은 허수봉은 2021~2022시즌 602점을 올리며 국내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고, 지난 시즌까지 매시즌 개인 성적은 월등했으나 ‘대한항공 천하’가 이어지던 시점이라 MVP 수상은 꿈꿀 수 없는 처지였다.


올 시즌은 그야말로 허수봉이 국내 넘버원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시즌이라 할 수 있다. 득점 4위(501점, 국내선수 1위), 공격 종합 2위(54.50%), 오픈 5위(40.43%), 퀵오픈 2위(60.42%), 후위공격 2위(61.31%), 서브 1위(세트당 0.389개) 등 각종 공격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1,2라운드 MVP도 수상했다.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 왕조’의 통합우승 5연패를 조기에 꺾어버린 것에는 허수봉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허수봉에 맞서는 레오는 통산 다섯 번째 정규리그 MVP에 도전한다. 과거 삼성화재 뛰었던 3년 동안 정규리그 MVP를 싹쓸이했던 레오는 지난 시즌에도 OK저축은행이 정규리그 3위에 그쳤지만, 월등한 개인성적을 앞세워 네 번째 정규리그 MVP 수상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OK저축은행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자신의 배구철학과 레오가 맞지 않는다며 재계약을 포기하는 우를 범하면서 다시 트라이아웃 시장에 나왔고, 레오는 트라이아웃 2순위 지명권을 받아든 현대캐피탈의 지명을 받았다. 그간 V리그에서 팀 공격의 40% 이상, 많을 때는 50% 후반대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며 ‘소년 가장’ 역할을 해야했던 레오지만, 현대캐피탈에선 달랐다. 허수봉을 비롯한 빼어난 공격수들을 여럿 보유한 현대캐피탈에서 레오는 팀 공격의 30% 중반대만 맡으며 처음으로 ‘행복배구’를 했다.

점유율은 낮아졌지만, 성적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득점 2위(604점), 공격종합 4위(53.48%), 오픈 1위(45.48%), 퀵오픈 3위(59.33%), 후위공격 3위(57.14%), 서브 3위(세트당 0.363개)에 오르며 허수봉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개인 기록을 남겼다. 탄탄한 토종 선수층을 자랑하는 현대캐피탈에 레오의 합류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나 다름없었다.
개인 기록에서는 백중세인 만큼 결국 기자단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MVP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토종 프리미엄’에 생애 첫 수상이라는 이력까지 더해지면 허수봉의 수상이 점쳐진다.

여자부는 경쟁구도도 없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수상 가능성이 99.99%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흥국생명 팀 내에서 김연경의 공헌도를 이겨낼 선수는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1,2,5라운드 MVP를 수상하며 일찌감치 정규리그 MVP를 예약한 김연경이다.
2024~2025시즌은 김연경의 V리그 여덟 번째 시즌이다. 앞선 7시즌에서 김연경은 무려 6번이나, 2008~2009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신인 시절인 2005~2006시즌에 신인왕과 MVP를 싹쓸이하며 V리그를 씹어먹은 김연경의 위엄이다. 2006~2007, 2007~2008시즌까지 정규리그 MVP 3연패에 성공한 김연경은 해외리그를 돌다 다시 V리그로 돌아온 2020~2021시즌에 네 번째 MVP, 중국리그를 1년 뛰고 다시 돌아온 2022~2023시즌부터 다시 MVP 트로피 수집에 나섰다. 2023~2024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수상하면 또 한 번의 정규리그 MVP 3연패에 성공할 수 있다. V리그 역사상 정규리그 MVP 7회는 물론 MVP 3연패 2회는 김연경만이 해낸 업적이다.

올 시즌 성적도 ‘언터쳐블’이다. 득점 6위(566점, 국내 1위), 공격종합 2위(45.87%), 퀵오픈 1위(54.20%), 후위 공격 3위(43.61%), 서브 9위(세트당 0.214개), 리시브 2위(41.19%) 등 공수에 걸쳐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공수에서 언제나 중심을 잡아준 김연경의 존재 덕분에 흥국생명은 개막 14연승, 그리고 4라운드부터 6라운드 초반까지 11연승을 달리며 조기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이번 MVP 수상은 김연경에게 좀 더 각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현역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MVP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관심은 김연경이 은퇴 시즌에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싹쓸이하느냐에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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