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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지역 화폐 예산 지원을 ‘포퓰리즘’이라 비판해온 국민의힘이 취약계층을 상대로 현금성 선불카드 지원 방안을 꺼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1인당 25만원에서 50만원을 선불카드로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자가 270만명 정도로 최소 6750억원, 최대 1조35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야당이 추진 중인 지역 화폐 예산의 10분의 1 수준이라지만 건전 재정을 강조해온 여당이 나라 곳간 지키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여당의 선불카드 지원안은 앞서 지난달 13일 13조1000억원이 드는 ‘전 국민 1인당 최소 25만원 지급’ 내용 등을 담은 민주당 자체 추경안 발표에 대응한 맞불 정책이다. 여당은 자신들의 정책은 전 국민이 아닌 취약계층만을 상대로 한 별도의 선별 민생 지원 방안이라지만 논리는 군색하다. 시급성이 명확했던 코로나19 재난지원금과는 성격부터 다르다. 지원책이 소비로 이어져 내수에 환원될 거란 보장도 없다. 오히려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된다. 차상위계층에 선불카드가 제공되면 차차상위계층과 실질 처분 가능한 소득이 역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기초생활 수급·차상위계층은 소득 하위 20%보다도 정책적 지원이 많은 게 현실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 760만명에게 1인당 100만원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경안에 담기로 한 상태다. 약 7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이 또한 핀셋 지원이라 둘러대지만, 선불카드와 바우처 지원을 합치면 최대 9조원가량의 재원이 소요된다. 민주당의 지역 화폐 예산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국민 눈엔 모두 돈 풀기 맞불 경쟁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수 펑크 규모는 30조원을 넘었다. 추경은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재정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돈 풀기 추경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도 여당이 재정 당국과 한마디 사전 논의조차 없이 돈 풀기에 나선 것은 개탄스럽다. 이러니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국민의힘이 ‘매표용’ 추경에 가세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지적대로 추경은 고통을 일시 완화하는 진통제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선심 정책 남발을 줄이고 재정 건전성 확보에 중점을 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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