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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강만이 국익 지킨다는 교훈 남긴 미·우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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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02 22:57:24 수정 : 2025-03-02 22: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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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Ukraine's President Volodymyr Zelensky meet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February 28, 2025. Zelensky and Trump openly clashed in the White House on February 28 at a meeting where they were due to sign a deal on sharing Ukraine's mineral riches and discuss a peace deal with Russia. "You're not acting at all thankful. It's not a nice thing," Trump said. "It?s going to be very hard to do business like this," he added. (Photo by SAUL LOEB / AFP)/2025-03-01 03:20:19/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파국으로 끝난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자신이 만든 종전 협상안을 거부하는 젤렌스키를 향해 “무례하다”고 면박을 주고 “(종전 협상안을) 수용 안 하면 우린 손 뗀다”고 으름장을 놨다. 젤렌스키는 ‘안전 보장’을 호소했지만 트럼프는 거부했다. 젤렌스키는 굴욕적인 종전안 수용이냐, 항전 후 패배냐의 갈림길에 섰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나라와 국민이 겪어야 하는 비극이다. 딴 나라 얘기로 흘려넘기기엔 우리가 처한 안보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번 회담을 지켜보며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도 웃고 있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하노이 노딜’ 회담 이후 핵·미사일에 더 집착하다 국제 사회의 거미줄 제재가 가해지면서 곤경에 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김정은은 군대와 포탄을 앞세워 러시아의 지원이라는 구명줄을 잡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러시아를 편들고 있으니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구가 빠진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정부는 유엔과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북 제재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의 거래 외교는 정평이 나 있지만 이번 회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맹·우방국과 손잡고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사라졌음을 파격적 방식으로 드러내 보였다. ‘불량 국가’들이 국제 규범을 위반할 때마다 ‘세계의 경찰’로 나섰던 미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이번 회담 직후 유럽에선 “우리는 이제 러시아, 중국, 미국이라는 세 개의 비자유주의 초강대국을 갖게 됐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유럽 정상들은 미국이 빠진 유럽의 자력 안보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동맹’, ‘가치 외교’에만 기대서는 국익을 지킬 수 없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를 위한 중요한 거점이다.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조만간 방한하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안보 청구서’를 들고 올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조선과 방산 분야 협력, 미국산 무기 구매 실적 등을 지렛대 삼아 합리적 해결책을 도출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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