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K방산 ‘기회의 땅’ 중동으로… 전력 현대화 수요 정조준 [심층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2025-03-04 06:00:00 수정 : 2025-03-03 22:01:47

인쇄 메일 url 공유 - +

유럽 이어 신규 수출시장 부상

역내 적대국가·내부 반군 위협 등 영향
세계 무기거래 3분의 1 차지하는 ‘큰손’

UAE 방산전시회에 국내 38개社 참가
사막 기후·지형 특화된 전차 등 선보여

미·중·러 등 해외업체들도 수주전 가세
전문가 “기술협력 등 맞춤형 전략 필요”

유럽에서 큰 성과를 거둔 K방산이 중동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유럽 각국에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FA-50 경공격기를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역내 무기거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서 K방산이 지금처럼 성과를 거둘지 불확실한 이유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은 무기 수요가 크다. ‘오일 머니’를 갖춘 중동 국가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우수한 성능을 지닌 무기를 기꺼이 선택한다. K방산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지난 2월 17∼21일(현지시간) 열린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로템 전시관의 K-2 전차를 살펴보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중동 방산전시회에 K방산 총출동

중동은 역내 적대 국가나 내부 반군으로 군 현대화 수요가 여전히 높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9~2023년 세계 무기 거래의 3분의 1을 중동이 차지했다. 한국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국내 방산업체들은 더 적극적인 중동 진출에 나설 태세다. 지난달 17∼21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5’에서는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총출동했다. 1993년 시작한 IDEX는 2년마다 열리는 중동·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방산 전시회다. 국내 방산업체는 2021년 18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올해는 38개 업체로 크게 늘었다.

이번에 65개국 1350개 업체가 참여한 IDEX에서 한화 측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핵심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체계를 선보였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개발한 L-SAM의 미사일은 요격 고도까지 신속히 도달하기 위해 단계별로 추력을 내는 기술과 공기가 희박한 고고도에서도 자세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장비가 탑재됐다. 국산엔진을 탑재하고 국내외에서 1만㎞를 달리며 성능테스트를 완료한 K-9, 천무 다연장로켓과 호주에 수출한 레드백 보병전투차도 소개됐다. 한화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자랑하는 0.25m급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위성을 중동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SAR는 야간 및 악천후에서도 고해상도 영상획득이 가능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21 전투기, FA-50 경공격기, 소형무장헬기(LAH)와 지난해 12월 첫 비행에 성공한 상륙공격헬기를 소개했다. 유인기가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유·무인복합체계를 적용한 차세대공중전투체계도 등장했다. LIG넥스원은 저고도에서 고고도를 아우르는 다층 방어체계인 ‘K대공망’을 선보였다. 무인수상정(USV)을 비롯한 무인체계와 다양한 플랫폼에 탑재 가능한 유도무기 등도 중동 지역 군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UAE의 방위사업청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방산물자 조달을 맡는 기관인 타와준(Tawazun) 산하 품질검수기관과 군수품 품질 관리 및 인증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사막 기후와 지형에 특화된 장비들을 소개했다. 중동형 K-2 전차와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은 고온의 극한 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엔진의 냉각 성능을 높이고 고속으로 날아오는 대전차 미사일 등을 탐지·추적해 무력화하는 능동파괴장치(APS)를 탑재했다. 포신 등을 제작하는 현대위아는 경량화된 105㎜ 자주포와 차량탑재형 81㎜ 박격포, 대드론 통합방어체계(ADS) 등을 선보였다. 총기제조업체인 SNT모티브는 K-13 특수작전용 기관단총 등을 소개했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방위사업청은 해외 방산전시회 최초로 IDEX에서 정부홍보관과 중소기업관을 합친 통합한국관을 운영, 해외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K방산의 우수성을 알렸다. 방위사업청 김태곤 국제협력관은 “이번 IDEX를 시작으로 향후 주요 국제 방산전시회에서 통합한국관을 운영하는 등 정부·기업 공동 마케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지원제도를 통해 국내 방산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개척과 K방산의 지속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시장 놓고 치열한 경쟁 전망

한국 외에도 세계 각국의 방위산업체들도 수주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지만 무기수출업체인 로소보른엑스포르트가 IDEX에서 신형 T-90MS 전차를 선보이면서 수주 활동에 나섰다. 로소보른엑스포르트가 받는 무기 주문 중 절반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만큼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IDEX에서 새 장비를 소개해 주요 고객의 주목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T-90M 120여대가 파괴돼 러시아 무기의 성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독일(레오파르트2)·미국(M-1)·한국(K-2)과의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국영방산업체인 중국북방공업집단유한공사(NORINCO)는 SH-16A 155㎜ 자주포를 중동 시장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최대사거리가 54㎞에 달하는 SH-16A는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프랑스(케사르)·이스라엘(아트모스 2000) 등과 경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무인기 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 MQ-9B 무인정찰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MQ-9 무인공격기를 해상정찰용으로 개조한 MQ-9B는 최대 4800㎞ 또는 최대 40시간 연속비행이 가능하며, 고성능 카메라와 레이더로 주·야간 항행선박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개발 중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칸(KAAN)을 홍보했다. 미국이 F-35 판매를 거부하면서 칸 전투기 개발을 진행한 튀르키예는 걸프 국가를 대상으로 공동개발 등을 제안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무기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면에서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우위를 차지하려면, 잠재적 고객의 요구사항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세계에서 무기를 잘 만든다는 기업치고 중동에서 영업활동을 안 한 곳은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제안을 많이 받는 중동 국가들은 무기를 보는 눈높이가 높다”며 “요구성능과 기술협력 등의 수요를 살펴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유 ‘사랑스러운 매력’
  • 아이유 ‘사랑스러운 매력’
  • 영파씨 지아나 ‘완벽한 미모’
  • 이세영 '상큼 발랄'
  • 에스파 카리나 '깜찍한 볼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