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한국인의 돼지고기 사랑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5-03-03 23:18:38 수정 : 2025-03-03 23:18:38

인쇄 메일 url 공유 - +

한반도에서 돼지가 사육되기 시작한 것은 2000여년 전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보면 부족 국가인 부여에 마가, 우가, 구가, 저가라는 관직을 둬 각각 네 방면의 지역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저가(猪加)’는 돼지에서 따온 벼슬 이름이다. 저돌적(猪突的)이라는 글자 역시 마구잡이로 돌진하는 돼지의 습성을 빗댄 말이다.

돼지는 통상 더럽고 탐욕스러운 짐승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오해다. 돼지는 무엇이든지 주는 대로 잘 먹을 뿐 먹이를 가지고 다투는 법이 없다. 땀샘이 발달하지 못해 체내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하는 탓에 돼지우리가 더러울 뿐, 실제는 소나 닭보다도 깨끗하다고 한다. 체온 조절 능력이 없어 몸에 물을 적셔 시궁창이나 진흙탕에 뒹굴 뿐이다. 오히려 돼지꿈이나 돼지저금통처럼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로 받아들여진다.

숫자 3이 두 개 들어간 매년 3월3일은 ‘삼겹살데이’다. 농가소득 증대와 돼지 소비 촉진을 위해 축산업협동조합이 지정한 비공식 기념일이다. 이날에 맞춰 전국 유통업체들도 대대적인 할인 판매에 나선다. 한국인의 고기 사랑, 특히 돼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한국농촌경제원(농경원)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3대(돼지, 소, 닭) 육류 소비량은 60.6㎏으로 쌀 소비량 56.4㎏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인은 ‘밥심’이 아닌 ‘고기심’이란 말이 맞을 듯하다. 특히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추정치는 30.0㎏에 달한다. 닭고기·소고기를 합친 소비량의 두 배다. 특히 농경연 설문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에 대해선 ‘삼겹살’이라고 답한 비중이 60.0%로 압도적이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돼지의 인기 비결은 차고 넘친다. 임신 기간이 114일로 소의 280일에 비해 훨씬 짧고, 한 배에 6∼1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6개월이면 100㎏을 넘길 정도로 성장도 빠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구이, 볶음, 만두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비타민 B군과 미네랄도 제공한다. 다만 과도한 고기 소비는 비만, 심혈관 질환 등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 균형 잡힌 식단 유지가 중요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세영 '상큼 발랄'
  • 이세영 '상큼 발랄'
  • 에스파 카리나 '깜찍한 볼 콕'
  • 김옥빈 '반가운 손인사'
  • 손예진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