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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날인데… 수백 명 규모 의대 강의실엔 10여 명뿐

입력 : 2025-03-04 19:08:26 수정 : 2025-03-04 23: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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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감 도는 의대 캠퍼스

서울대 의대생, 수업 거부 이어져
유급 우려 일부 학생만 수업 참석
‘증원 수혜’ 25학번 신입생도 불참

부산대 의대, 입학식 참석자 전무
강원·충북대, 개강 2주 이상 연기
연세대, 신입생 수십명 수업 참여

“학생들 대부분 휴학해서 한산하죠. 별로 없을 겁니다.”

 

4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학생관 근처는 흩날리는 눈발 속에 적막감만 감돌았다. 이날 개강을 맞이한 캠퍼스는 오가는 학생이 드문 가운데 대부분의 강의실은 불이 꺼진 상태였다. 새학기의 설렘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캠퍼스에는 일부 대학원생과 치과대학 재학생만 눈에 띄었다. 예년 같으면 재학생들로 붐볐을 학생회관 내부는 동아리방이 굳게 닫힌 채 인기척조차 없었다. 연구관 앞에서 만난 의대 대학원생 A씨는 “실험하기 위해 왔지만 학부생 대부분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작년부터 예과·본과 학생들은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의사 가운만 덩그러니 4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놓인 의자에 의사 가운만 걸린 채 비어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40개 의과대학의 수강신청 인원은 4219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의대 10곳은 수강신청 인원이 아예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한 25학번이 처음 새학기를 맞이했지만, 개강 첫날인 이날 주요 의대에서는 신입생을 비롯해 재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 속에 증원의 수혜를 본 25학번마저 수업에 불참하면서 ‘의대 정상화’가 멀어지는 분위기다.

 

취재진이 찾은 서울대 의대에선 일부 학생만 수업에 참여했다. 학생관 내부 수백명 규모의 1강의실에선 의대 본과생 약 10여명만 모여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유급 또는 제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기자 질의에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의대 내에서 이뤄지는 ‘배신자 낙인’을 우려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서울 외 지역의 의대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부산대 의대는 올해 163명의 신입생이 입학했으나, 이날 입학식에 참석 의사를 밝힌 신입생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대 의대도 의대생과 신입생들로 북적여야 할 강의실과 실습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의대 1층에 있는 편의점 문도 굳게 닫혔다.

 

제주대 개강일인 4일 제주대 의과대학 1호관 앞 버스 정류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강원대 의대는 이날로 예정된 개강을 아예 31일로 미뤘다. 복학 의사를 밝힌 의대생이 5명에 불과해 학생들에게 학교로 돌아올 시간을 조금 더 주겠다는 취지다. 전국에서 의대생 증원 폭이 가장 큰 충북대도 개강을 2주 연기하고 추가 수강신청을 받고 있다. 신입생이 지난해 76명에서 올해 126명으로 늘었으나, 수업을 거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탓이다.

 

일부 의대에선 신입생 등이 수업에 참여한 모습도 포착됐다. 연세대 의대 내 1학년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에는 수십명이 모여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강의실 앞 계획표에는 이날부터 7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학년 강의가 진행된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의대 복도에서는 하늘색 상의에 하얀 가운을 입은 학생 10여명이 ‘신입 전공의’ 안내책자를 들고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학교 측이 의대생 전용 기숙사인 ‘제중학사’에서 1학기 휴학한 학생들을 퇴소시킨 것을 두고 일부 학생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연세대는 “제중학사 입소 자격이 ‘재학생’으로 한정된다는 내규를 근거로 퇴소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의대생은 “학교 측이 기숙사를 무기로 동맹 휴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25학년도 1학기 의과대학 수강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의 수강신청 인원은 4219명에 그쳤다. 40곳 중 10곳에선 단 1명도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

 

4일 대구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학 서적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뉴시스

경찰은 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재학생이 신입생의 수업거부를 종용하는 데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5건을 입건 전 조사 중”이라며 “5건은 모두 다른 (의과)대학에서 발생한 건”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대, 연세대 익명 게시판 등에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을 특정해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교육부는 지난달 중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 복귀한 의사 실명을 공개하거나 집단적 조리돌림이 발생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피의자 64명을 특정해 60명을 조사했고 이 중 48명을 송치, 2명을 구속했다.


장한서·이예림·안승진 기자, 부산·청주·춘천=오성택·윤교근·배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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